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은 1609년 조선 땅에 내려와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고 있다고 그려졌다. 덴마크 과학자들이 도민준과 동갑내기인 동물을 찾아냈다. 북극 바다에 사는 그린란드상어가 수명이 400년 이상으로 세계 최장수(最長壽) 척추동물이란 것. 과연 동물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북극고래 제친 최장수 척추동물

덴마크 코펜하겐대 존 스펜슨 교수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상어의 수명이 400년 이상 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최장수 척추동물의 자리를 지키던 북극고래의 수명 211년보다 배 가까이나 된다.

연구진은 상어의 눈을 통해 수명을 알아냈다. 상어의 각막 한가운데는 태어난 이후 화학 성분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고고학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막에 포함된 탄소 동위원소의 함량을 측정해 상어의 나이를 알아냈다. 북극에서 생포한 암컷 상어 28마리의 평균 나이는 272세, 몸길이 5.02m로 가장 큰 상어는 무려 392세로 나타났다. 그린란드상어가 7m까지 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명이 400세 이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린란드상어의 나이별 성장 형태를 분석했더니 짝짓기는 156세가 돼서야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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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가 수온이 낮은 북극 바다에서 살다 보니 수명이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수온이 낮으면 신체 대사도 느리게 진행된다. 실제로 그린란드상어는 한 해 1㎝씩 더디게 자란다. 그만큼 수명도 늘어난다는 것. 또 온도가 낮으면 노화(老化)도 억제된다. 미국 미시간대의 숀 수 교수는 2013년 선충 실험에서 온도가 낮아지면 DNA 손상을 막아 노화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덩치 작아도 수명 긴 두더지·박쥐

동물의 수명에 대한 연구는 역사가 2000년을 넘었다. 기원전 350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코끼리는 몸집이 커 쥐보다 수분이 많고 이 수분이 다 마를 때까지 더 오래 산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과학자들도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오래 산다는 사실은 정설(定說)로 받아들인다.

미국 앨라배마대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지난해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고래나 코끼리에서 보듯 몸집이 크면 천적이 거의 없어 수명이 길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상어도 실수로 어선의 그물에 걸리는 것을 빼면 천적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천천히 몸집을 키워도 상관이 없다. 반면 작은 쥐는 에너지를 일시에 쏟아부어 재빨리 성장하고 짝짓기를 해야 후손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와 작은갈색박쥐는 수명이 30~40년으로 같은 몸집의 집쥐나 새에 비해 수십 배 길다. 몸은 작아도 땅속이나 동굴에 살아 천적이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연구진은 2014년 '영국왕립학회보B'에 하늘을 날 수 있는 새나, 동굴 속, 나무 위에 사는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같은 몸집의 다른 동물보다 수명이 길다고 발표했다.

개보다 고양이가 더 오래 살아

애완동물도 덩치 이론에서 벗어난다. 고양이는 평균 수명이 15년으로 그보다 몸집이 더 큰 개(12년)보다 오래 산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는 진화 과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개의 조상인 회색늑대도 수명이 11~12년으로, 야생 고양이 16년보다 짧다. 오스태드 교수는 "회색늑대는 집단생활을 해 고양이보다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고양이가 개보다 방어력이 뛰어난 것도 수명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가시가 나 있는 호저가 같은 몸집의 동물보다 수명이 긴 것도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