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 쓴 J. K. 롤링도 처음엔 출판 거절에 낙담
실패에 자책은 금물, 시도 없으면 실패도 없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타고르(1861~1941)

태양이 하늘의 유일한 별은 아니다. 태양이 사라진 뒤 밤하늘의 어둠 속에 별들 수 억 개가 떠오른다./사진=COURTESY of uniquedesign52(https://pixabay.com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후배가 불쑥 찾아왔다. 몇 해 사이 그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후배는 출판사를 정리했다고, 책 한 꾸러미를 내려 놓았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폐업하면서 읽을 만한 책들을 묶어 가져온 것이라 했다.

출판사를 야무지게 꾸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폐업은 급작스러웠다. 아파트 담보로 융자받은 돈을 털어넣고 버텼지만 한글 창제 이후 최악이라는 출판계 불황에 손을 들고 말았다고 한다. 소주 몇 잔을 거푸 들이킨 후배 얼굴은 불콰해졌다. “왜 살기가 점점 힘들어만 갈까요?”

그의 탄식이 깊었다.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 어린 자식과 처와 함께 길거리로 나앉게 된 가장의 깊은 절망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연신 술을 들이키는 그의 손을 붙잡았지만, 돌아오는 내내 그의 어깨가 처진 뒷모습이 눈에 삼삼했다.

◆ 세계 문학의 거장들, 무명 시절엔 출판 거절에 극심한 좌절 겪어

살면서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입학시험에서 실패하고, 작품 공모에서 낙방하고, 사업을 거덜낸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쓰라린 경험이다. 하지만 사람은 실패로 내면이 더 단단해지고 넘어진 자는 일어서는 법이다. 한번의 실패로 낙오자가 된다면 지나치게 나약하다고 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비용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신드롬을 일으키며 수억 만부 팔린 J. K. 롤링의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도 처음엔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하마터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힐 뻔한 이 판타지 소설이 빛을 본 건 한 눈밝은 편집자 덕이다.

J. K. 롤링도 이혼 후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 당한 다음에야 ‘해리포터’ 시리즈를 출간했다.

도무지 믿기지 않겠지만 마르셀 프루스트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시 작가가 갈리마르에 원고를 보냈다가 딱지를 맞고, 플로베르의 ‘보바리부인’이나 나보코프의 ‘롤리타’도 이런저런 이유로 출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세계문학의 거장이라는 이들도 무명시절에는 출판사의 거절을 수없이 많이 겪었다. 그 거절 편지를 다 모으면 “거대한 타지마할 모형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한 작가는 말한다.

성공한 이들도 한때는 길을 찾아 머뭇거리고 방황하고,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는다. 철학자 니체는 “길의 우회, 옆길로 새기, 주저함, 소심함, 그리고 실패는 길을 찾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쁜 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주저앉는 것이다. 시도했으니까 실패한다.

시도가 없었다면 실패도 없다. 실패에 자책하지 마라.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실패한 경험이 훗날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제너럴 모터스에서 연구개발을 했던 찰스 케터링은 말한다. “가만히 서 있으면 절대로 발가락을 찧을 일이 없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발가락을 찧기 쉽지만 그만큼 어딘가에 도달할 가능성도 커진다.” 멈춰 있으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점점 뒤로 밀려난다. 살아 있다면 계속 움직이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라.

◆ 실패했다고 주저앉는 사람은 태양을 잃었다고 우는 사람

정직한 이들이 실패하고, 바퀴벌레와 악인들이 득세한다면 이건 미친 사회다. 소설가 조지프 헬러는 “성자는 타락하고, 중책을 맡은 사람은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판다.”라고 했다. 바로 우리 현실을 콕 집어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강한 자가 약한 자의 것을 빼앗고, 돈이 돈을 불리는 세상은 후안무치와 뻔뻔함과 악덕들이 활개를 치는 개판 사회다. 정직한 가난을 덕이라고 찬미했던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시인 타고르

미안하구나, 후배여! 그러나 부디 살아남아라. 살아 있다면 아직 기회가 있다. 살아 있음을 즐거워하고, 그것을 자축하라. 실패가 성장을 위한 훌륭한 디딤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높이 날고자 한다면 걷는 법을 잊지 마라. 성공은 더 많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그러니 더 멋진 인생을 위해 더 잘 실패하라. 그 실패에 지지 말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라.

실패했다고 주저앉는 사람은 태양을 잃었다고 우는 사람이다.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라고 했다. 태양이 하늘의 유일한 별은 아니다. 태양이 사라진 뒤 밤하늘의 어둠 속에 별들 수 억 개가 떠오른다.

별들은 떠올라 영롱한 빛을 반짝인다. 실패 뒤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이 반짝이듯이.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라. 아직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고 투덜대지 마라. 저 멀리 보이는 목적지에서 눈을 떼지 말고 바라보면서 계속 걸어가라.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걸어가는 법을 잊지 않도록 조심하라!

◆장석주는 스무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서른 해쯤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일요일의 인문학’ 등 다수의 저작물을 냈다. 최근 40년 시력을 모아 시집 ‘일요일과 나쁜 날씨’, 시인 박연준과 결혼식 대신 쓴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