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효과 지켜본다…美 통화정책방향 결정된 후 움직일듯
연내 추가 금리인하 전망은 높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등 대내외적 악재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6월 금리 인하에 대한 효과를 지켜보자는 인식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는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하반기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멈출 줄 모르고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의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세 달째 이어나가게 됐다.

금통위는 2014년 8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5개월 만인 작년 3월 금리를 사상 처음 1%대인 1.75%로 끌어내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태가 터진 6월 또다시 금리를 1.50%로 인하했다. 이어 수출·내수 동반부진과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컸던 지난 6월 1년 만에 금리를 1.25%로 낮춰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금통위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금리 인하 카드를 아껴둔 채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오락가락 하면서 9월 등 연내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또 내외금리차를 고려한 사실상 국내 기준금리의 하한을 1.00%로 본다면 추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아 한은이 유사시를 대비해 정책여력을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1.0%라는 상징성이 큰 사상 최저치 금리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져 금융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중시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정책여력을 아끼며 미국의 통화정책방향과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시기의 가닥이 잡힌 이후 금리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은은 9월에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켜본 후에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리 인하 이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세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73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6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도 한 달 사이 5조8000억원이 늘어난 50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수도권에 이어 전국으로 확대 적용했지만,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급증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다. 내수·수출의 동반 침체로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연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2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다시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에 한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 압력은 계속해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김영란법 시행,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발생 등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다"며 "정부의 추경 편성이 여야간 대립으로 당초 예상보다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어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