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반려동물이다. 하지만 개들이 사람과 함께 살면서 번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에게 유해한 각종 물질이 개한테도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영국 노팅엄대 리처드 리아 교수 연구팀은 9일(현지 시각)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개들을 26년간 조사한 결과 수컷 개들의 정자(精子) 운동성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번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

리아 교수는 양로원 등에서 노인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232마리의 래브라도, 골든 리트리버, 셰퍼드종(種)을 1988년부터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26년간 수컷 개들의 정자 운동량이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부터 1998년까지는 정자의 운동량이 연평균 2.4%씩 떨어졌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는 1.2%씩 감소했다. 연구팀은 개들의 정자 운동량 감소 원인을 화학물질 때문으로 분석했다. 각종 전기장치에 널리 사용됐던 '폴리염화바이페닐(PCB)'이나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했던 화학 첨가제 '프탈레이트' 등이 개들의 생식 능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죽은 개를 해부한 결과 생체 조직에서 이 화학물질들이 검출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개들이 사람과 함께 붙어 다니며 같은 환경에서 생활한 점을 감안할 때 사람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년간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리아 교수는 "두 물질 모두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사용이 제한되고 있지만, 현재 사용하는 화학물질 중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이 추가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