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을 이용해 질병 치료용 단백질(바이오의약품)을 체내로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철희·최경선 교수 공동연구팀은 체내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엑소솜’과 바이오의약품을 서로 결합시켜 질환이 있는 체내 세포와 조직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지는 바이오의약품을 체내 표적 세포에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철희 교수(왼쪽)와 최경선 교수.

국내외 주요 제약사들의 바이오 신약 개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약물전달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효능이 입증된 바이오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표적 세포에 전달되지 않으면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약물전달 기술은 바이오의약품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특성을 유지한 채로 표적 세포에 전달하기 까다로운 한계점이 있었다. 체내에 주입된 단백질이 체내의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표적 세포에 전달되기 전 모양이나 특성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약물전달시스템의 모식도. 바이오의약품을 표적 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내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나노입자인 ‘엑소솜’을 바이오의약품 운송 수단으로 이용했다. ‘세포외소낭’으로 불리는 엑소솜은 세포 간 신호전달의 주요한 매개체 및 세포 간 단백질 전달을 위한 운반체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빛을 받으면 서로 결합하는 특성이 있는 단백질 ‘CRY2’와 ‘CIBN’을 이용해 엑소솜에 바이오의약품(단백질)을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엑소솜에는 CIBN 단백질을, 바이오의약품에는 CRY2 단백질을 융합시킨 뒤 450~490나노미터(nm) 파장의 빛을 쪼였다.

빛을 받은 CIBN 단백질과 CRY2 단백질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엑소솜에 바이오의약품이 탑재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구진은 바이오의약품을 탑재한 엑소솜을 표적 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최철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기존 기술에 비해 효율 및 안정성이 향상된 치료용 단백질(바이오의약품) 전달시스템”이라며 “효능이 좋은 치료용 단백질을 난치성 질환 치료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바이오벤처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에 이전해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