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국 정부에 '상세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搬出)하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현재 한국에서는 지도 서비스를 제대로 못 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큰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8일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주장은 국내 IT(정보 기술) 업체들의 약점을 찌른 것입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외국어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는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등 좋은 지도 서비스가 있지만 이 서비스 어디에도 '언어'를 영어 등 외국어로 설정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오직 한국어뿐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스마트폰에 국내 지도 앱을 깔아본들 모든 지명과 안내가 한글로만 표기돼 있어 외국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죠.
네이버·카카오에 이유를 물었더니 "아직은 외국어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존 지도 서비스는 국내용으로 만든 것이고, 외국인 관광객은 평소에 쓰던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할 테니 굳이 비용을 들여 개발할 필요 없다는 것이죠. 그나마 네이버가 내년 3월까지 영어·중국어 등 다국어 지도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주요 군사 시설 위치가 드러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구글에 한국의 상세 지도 반출을 허용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구글이 한국에서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고 한국의 상세 지도 반출만 요구하는 것도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 또한 사실입니다. 국내 IT 업체는 대부분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비판합니다. 하지만 비판에 앞서 대안도 함께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불편을 개선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설 자리를 잃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