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1층에 마련된 채용 면접 대기실은 한산했다. 정장 차림 20대 참가자 8명은 미리 써온 자기소개서를 외우거나, 통화를 하면서 순서를 기다렸다.
이날은 '청년 채용의 날' 행사로 신생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한 곳이 채용 면접을 했다. 조건은 정규직, 월급은 매장관리직 180만원·마케팅 250만원이었다. 이날 1차 면접과 추후 2차 면접을 통해 직원 12명(매장관리 10명·마케팅 2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지원자는 8명밖에 없었다. 취재를 위해 참가한 본지 인턴 기자 2명을 빼면 실제 응시자는 6명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4월 6번째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매달 기업 1~5곳과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을 이어주겠다"며 '청년 채용의 날' 행사를 만들었다. 참석자 전원에게 면접 기회를 제공하고, 떨어져도 이후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100% 면접 피드백을 주겠다고 해서 청년층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도입 4개월 만에 '청년 채용의 날'은 구인 업체도 구직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또 다른 '뻔한 행사'가 됐다. 면접을 전부 볼 수 있는 것 외엔 면접 피드백도 부족했고 실제 채용까지 이어진 경우도 적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전국 17곳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54회 열린 '청년 채용의 날' 행사에서 863명이 면접을 봤고, 92명이 최종 합격했다. 행사 1회당 취업 성공자가 2명이 채 못 되는 셈이다.
◇형식적이고 부실한 '청년 채용' 행사
이날 면접은 2인 1조로 한 번에 15분쯤 걸렸다. 기업 인사 담당자 옆에 센터에서 섭외한 면접 컨설턴트가 배석했다. 인턴 기자는 "어떤 계기로 지원했나" "마케팅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나" 등 기본적인 질문을 받았다. 면접이 끝나고 컨설턴트가 면접 평이 적힌 종이를 줬다. '대답이 장황함'이라고 써 있었지만, 구체적인 지적은 없었다.
다른 구직 참가자들도 "형식적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면접을 본 20대 여성은 "질문이 너무 뻔해 요식행위 같았다"고 했다. 구직자 강모(31)씨는 "컨설턴트로부터 받은 종이에 질문의 요지에 잘 답변하지 못했다고 돼 있는데, 어디에서 실수한 건지 몰라서 답답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민간에서 하는 취업 컨설팅은 외모의 경우 정장 종류, 넥타이, 머리 스타일을 회사에 따라 추천해줄 정도로 자세하다"며 "단순히 '복장 개선 필요'라는 피드백을 주니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유정석 CDC취업컨설팅 대표는 "희망 직무가 비슷한 지원자끼리 모아 8번 이상 코칭해야 효과가 나는데, 정부의 면접 컨설팅은 그런 고려가 부족하다"며 "또 예산상의 제약 때문에 우수한 컨설턴트는 정부 행사 참여를 꺼린다"고 말했다.
◇구인 업체도 구직자도 불만
행사 참여 기업의 수준과 청년의 희망 사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까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청년 채용의 날'에 참여한 기업 10곳 중 200만원(연봉 2400만원)이 넘는 월급을 제시한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들이 입사 때 희망하는 연봉은 평균 3032만원이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원자 대부분 직무 연관성이 없고 면접 결시율이 높아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곳이 많았다. 이날도 사전 면접 신청은 15명이었는데 7명이 결시했다. 마케팅 직군은 3년 이상 경력자로 대상을 한정했지만, 이날 참석자 중 경력자는 없었다.
'청년 채용의 날' 행사에서 직원을 뽑으려다 실패한 A업체는 "면접 당일 7명이 오기로 했는데 4명만 왔다"고 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소규모로 채용 행사를 열다 보니 기업과 구직자가 느끼는 선택 폭이 좁다는 단점이 있다"며 "업종별로 업체들을 모아 채용 행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