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엄 자동차 재규어가 81년 역사상 처음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보였다. 'F-페이스(PACE)'가 그 주인공이다.

재규어는 F-페이스의 성격을 '퍼포먼스 SUV'로 정의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그려낸 매혹적인 디자인에 스포츠카 수준의 짜릿한 손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넓은 공간 활용성 등 SUV의 실용성을 겸비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4일. 서킷과 국도, 해발 1117m에 이르는 한석산 등 강원 인제군 일대에서 F-페이스를 타고 200여km를 달려봤다.

F-페이스는 재규어만의 디자인 DNA를 계승했다.

◆ 재규어 혈통 계승…견고한 '알루미늄' 차체 돋보여

영락없는 재규어다. SUV 특성상 차체가 높고 넓어졌다. 그러나 재규어만의 디자인 DNA와 날렵한 비율을 그대로 계승했다. 재규어 가족임을 알 수 있는 전면의 커다란 메쉬 타입 그릴과 굴곡진 헤드램프, 쿠페처럼 날렵한 뒤태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아낸다.

차체를 만드는 데 사용한 주요 재료는 알루미늄이다. F-페이스는 경량화는 물론 강성이 뛰어난 알루미늄 인텐시브 차체 구조로 핸들링과 승차감을 향상에 중점을 뒀다. 가벼운 차체는 주행성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F-페이스는 쿠페처럼 날렵한 뒤태를 지녔다.

실내 역시 기존 재규어 모델과 통일감을 부여했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대시보드 등 인체공학 설계를 거친 실내는 기존 재규어 XF와 유사한 구성이다. 세단보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지면서 넓은 시야 확보가 가능하고,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도 한결 넉넉해졌다.

적재공간은 기본 508리터이며, 뒷좌석을 모두 눕히면 1598리터까지 넓어진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가운데 좌석 아래 센터 터널이 높아 3명이 앉긴 살짝 불편해 보인다. 1억원이 넘는 상위 모델조차 여름철 유용한 통풍시트가 장착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실내는 기존 XF와 유사한 구성이다.

◆ 서킷·국도·오프로드까지…'맹수'처럼 빠르고 날렵하게

이번 시승은 인제스피디움 서킷과 한계령을 포함한 인근 국도, 비포장도로(오프로드)인 한석산까지 다양한 구간에서 진행됐다. F-페이스는 온·오프로드에서 빠르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모든 코스를 공략해 나갔다.

시승차는 디젤 엔진을 얹은 20d과 30d 모델이다. 두 모델 모두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을 채택했고,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먼저 시승한 20d는 2.0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발휘한다. 상위 모델인 30d는 3.0리터 V형 6기통 디젤 엔진을 기반으로 300마력의 출력과 71.4kg·m에 달하는 토크를 뿜어낸다.

F-페이스가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달리고 있다.

먼저 서킷에서 F-페이스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총 길이 3.9km의 인제스피디움 서킷은 급격한 코너와 40m에 달하는 고저 차로 유명한 곳이다. F-페이스는 속도를 한계까지 높여도 차체는 큰 흐트러짐 없이 유연하게 코너를 탈출했다.

직선 구간에서 내 볼 수 있는 최고속도인 시속 200km 부근까지 안정감을 유지했다. 코너 탈출 시 재가속 면에선 20d와 30d의 가속력의 차이가 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20d 8.7초, 30d 6.2초로 2.6초 차이가 난다.

F-페이스를 타고 해발 1117m 한석산을 올랐다.

국도에서는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다. 휴가를 맞아 국도 주변 주정차 차량이 많아서다. 불볕 더위에도 제동력은 무척 만족스럽다. 브레이크는 전륜과 후륜 모두 벤틸레이티드 방식으로 페달에 발을 대면 반응이 빠르고, 부드럽게 멈춰 선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중저속 주행 시 다소 가벼운 느낌이며, 고속으로 갈수록 묵직하다.

마지막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네 바퀴 굴림 방식의 강점을 느낄 수 있었다. F-페이스는 일종의 저속 크루즈 컨트롤 기능인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라는 장치를 통해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페달 조작 없이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AWD는 일반 도로에서 뒷바퀴로만 동력을 전달해 후륜구동 특유의 민첩한 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 필요한 경우 전륜에도 동력을 보내 접지력을 높인다.

F-페이스의 외관 모습.

타이어 성능과 연비는 다소 아쉽다. F-페이스의 타이어 규격은 모델에 따라 255/60R 18, 255/55R 19, 255/50R 20 세 가지. 편평비(타이어 폭에 대한 높이 비율)가 높은 편(50~60mm)이라 넘치는 힘에 비해 타이어 성능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한 단계 낮은 편평비의 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합연비는 20d 리터당 12.8km(3등급), 30d 리터당 11.5km(4등급)로 동급 배기량 디젤 모델과 비교해 우수한 편은 아니다.

F-페이스의 실내 모습.

◆ F-페이스, 독일 프리미엄 SUV 넘어설까

F-페이스는 재규어 브랜드의 새로운 도전을 상징하는 신차다. 이 차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세단을 주력으로 하던 재규어의 제품군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관건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이미 상품성을 검증받은 독일차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SUV들과 승패다. F페이스는 국내에서 7260만~1억640만원에 판매된다. BMW X5, 벤츠 GLE, 포르쉐 마칸 등 결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가격대다.

F-페이스는 퍼포먼스라는 재규어의 본질에 충실한 차다.

시승을 통해 확인한 F-페이스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차는 아니지만, 퍼포먼스라는 재규어의 본질에 충실한 차였다.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한 SUV를 원한다면 F-페이스가 또 다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F-페이스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재규어코리아가 밝힌 연간 판매 목표는 100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