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는 최첨단 보안 기술이 등장한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이미 스마트폰에서 대중화한 지문은 물론 얼굴인식, 홍채, 걸음걸이, 음성 등 거의 모든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보안 시스템을 뚫고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제이슨 본'에서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위성으로 확보한 영상이나 요원의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바탕으로 특정인의 얼굴 정보가 담긴 데이터와 대조해 빠르게 특정인을 찾아내는 기술도 등장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제이슨 본'에서 미국 CIA가 폐쇄회로TV와 위성 영상, 요원의 카메라 영상 등을 이용해 얼굴 인식 기술로 특정인을 찾는 장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최초로 홍채인식 기술을 적용한 갤럭시노트7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생체인식 보안 기술 상용화 '물꼬'가 터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채 인식 기술이 최상위 식별 기술로 평가받지만, 영화에서처럼 다양한 인간의 정보를 조합해 개인을 식별하는, 이른바 '라이프스타일 코그니션(Lifestyle Cognition)'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홍채가 유사할 확률은 10억명당 약 1명꼴

홍채 인식이 차세대 범용 보안 시스템 기술로 각광받는 이유는 기존 지문 인식의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 인식이 보안 시스템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마다 달라야 하며 시공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생체 정보가 지문과 홍채다.

개인마다 모두 다른 지문은 지금까지 생체 인식 시장의 약 3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보편적인 생체 인식 기술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지문은 직접 접촉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물론 지문 복제를 통한 범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

눈의 중심부에 있는 동공을 통해 전달되는 빛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홍채는 1960년대 초 개인별로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문을 대체하는 생체 정보로 알려졌다. 홍채가 유사할 확률은 10억명당 약 1명꼴이며 출생 뒤 3세 이전에 모두 형성되고 완성된 후 평생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7 홍채 인식 기술에 대한 발표 장면

특히 홍채는 지문과 달리 접촉하지 않고도 영상촬영을 통해 인식하기 때문에 복제 위험성이 있는 지문보다 보안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지금까지 홍채 인식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모듈과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갖추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이에 비해 홍채의 모양과 색깔, 망막 모세혈관 등을 적외선 발광다이오드(IR LED) 센서로 촬영하고 패턴을 분석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홍채인식 시스템은 스마트폰에 적용될 정도로 값싸게 개발됐다는 점에서 분명히 시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금융 거래나 스마트폰 잠금 외에 보안 도어락 등에도 머지 않아 홍채 인식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박명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연구단 박사는 "홍채가 지문과 마찬가지로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확도를 높인 카메라 모듈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적용한 패턴인식 SW 알고리즘 등을 시장에서 상용화할 정도로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첨단 보안시스템에서나 활용되던 생체인식 기술을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이 생체 정보...'라이프스타일 코그니션' 시대 도래할 것

아이디와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 일회용 비밀번호(OTP) 카드, 공인인증서 등이 조만간 용도 폐기되고 모든 생체 정보가 개인 식별과 보안에 활용될 것이라는 예측 나오고 있다.

홍채뿐만 아니라 사로 다른 모양의 정맥, 얼굴 윤곽은 물론 맑고 고운 목소리, 비딱한 걸음걸이, 특유의 동작, 휘갈리는 필체, 크고 작은 체형 등 사람의 신체적, 행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개인 식별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이프스타일 코그니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체 정보는 개인 고유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도난이나 분실, 위조의 위험성도 없고 보안성도 높다.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생체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계학습(머신러닝)과 패턴인식 기술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머신러닝이 다양한 생체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패턴을 유추해내는 패턴인식 SW(알고리즘)와 결합해 강력한 보안성을 지닌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차량의 시스템이 하게 되면 자동으로 경고음을 발생시키는 운전 보조 시스템 기술도 이미 나와 있다. 다양한 얼굴 표정 데이터로 졸음운전할 때의 얼굴 표정을 읽어내는 머신러닝과 패턴인식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박명수 박사는 "물건을 들 때나 걸어다닐 때, 손짓할 때 등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나타나는 특성들과 반응들을 머신러닝과 패턴인식을 적용해 분석한다면 영화에서나 가능했을 것 같았던 동작 인식 기술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며 "걸음걸이만 분석해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