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경영연구소 남민우 기자

교양과학 서적을 종종 읽는 사람들에게조차도 복잡한 수학 공식은 공포입니다. 그런데 제가 소개할 이 책은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수학 교과서와 물리 교과서에 나오던 17개 방정식이 주인공입니다. 피타고라스 정리, 로그와 미적분, 뉴턴의 중력법칙, 아인슈타의 상대성이론 등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기본 수학 공식에서부터, 현대 금융의 중추가 된 블랙 숄즈 방정식 등 수식 자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공식도 나옵니다.

휴가철에 읽기에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내용들로 보일 법 합니다. 사실 이 책 대신 일본 역대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 TBS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半沢直樹)’의 원작 소설인 이케이도 준(池井戸潤)의 ‘우리들의 버블 입행조’나 ‘샤일록의 어린이들’, 혹은 다른 신간 경제금융 소설을 추천 도서로 꼽을까 했습니다.

저조차 올해 초 이 책을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 들었을 당시엔 “17개 수학 공식을 전부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죠. 솔직히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10장)이라든지 맥스웰 방정식(11장) 등 몇 개의 대목은 내용이 워낙 난해하다보니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건너 뛰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그럼에도 굳이 용감무쌍하게 수학 책을 휴가철 추천 도서로 꼽은 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 공식을 기피의 대상이 아닌 흥미거리로 접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수학 공식을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설명부터 하기보단, 수학 공식에 얽힌 역사, 숨은 이야기, 쓰임새, 핵심 개념 등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책 초반부를 읽다 보면 이른바 문과생 수포자(수학포기자)라도 ‘똑똑해진’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령, 피타고라스 정리는 토지를 측량하는 가까운 대륙으로 항해하는 데 유용한 방법들을 제공했고,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이 연상되는 뉴턴의 방정식은 우리에게 행성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려주기도 했죠. 방정식을 쳐다보는 것조차 현기증이 나는 푸리에 변환 공식은 디지털 사진을 압축하고, 손상된 녹음에서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의 근간이라는 점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옛날 이야기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뉴턴의 중력 법칙에 관한 장에서는 최근 '마션'이라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연료를 절약하면서 행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경로를 계산하는 최근 연구 결과를 다루기도 합니다.

물론 이 책을 완독한다고 해서 평소엔 풀지 못했던 수학 문제를 풀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혹시나 해서 고등학교 시절 미적분 교과서를 펼쳐봤는데, 당시에도 어려웠던 문제는 여전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수학자 출신인 저자는 단순 암기만 했던 이들 수학 공식이 인류의 역사와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합니다. 소박하게 보일지 몰라도, 아침마다 잠을 깨워주는 알람 시계조차 슈뢰딩거 공식과 맥스웰 방정식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휴가철 말랑말랑한 내용보단 조금 진지한 내용의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