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영준 연구지원본부장은 연구단장 3명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들의 목적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이끌 뇌·신경 과학 분야의 박사급 한인(韓人) 과학자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IBS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2011년 설립된 국내 대표적 기초과학 연구 기관이다.

하지만 유 본부장 일행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보스턴 등 주요 도시를 돌며 개최한 '글로벌 탤런트 포럼(GTF)'에서 만난 한인 과학자들에게 '쓴소리'만 들어야 했다. "한국은 승자 독식 사회다. 한번 실패하면 끝 아니냐." "한국식의 '빨리빨리' 문화와 성과 위주 연구 시스템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IBS는 박사후(後) 연구원으로는 파격적인 최대 6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했지만 당시 GTF에 참가한 한인 과학자 500여 명 중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행(行)을 선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유 본부장은 "IBS도 과거와 달리 과학자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최대한 지원하려고 하는데 아직 인식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첨단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연구 개발(R&D)의 중추인 이공계 고급 인력들이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재 한국을 떠나 해외에 있는 국내 이공계 박사는 8931명으로 10년 전(3302명)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나마 지금 국내에서 일하는 이공계 박사들도 10명 중 4명은 기회만 되면 해외로 떠나려고 한다.

STEPI 홍성민 인재정책연구단장은 "좋은 인재는 떠나고, 해외 우수 인재는 끌어오지 못하는 심각한 '인재(人材)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