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를 새로 구매한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연료를 가득 채워도 연료가 부족하다는 경고등이 뜨는데, 3번이나 고쳐도 계속 이같은 결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봐도 불량 자동차인 것 같아 자동차를 구매한 영업소에 교환해 달라고 했지만,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대 결함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이처럼 경고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기름이 조금씩 새는 등 사소한 일반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자동차도 앞으로는 교환,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브레이크, 핸들 등 안전과 직결된 중대결함에 한해서만 교환, 환불이 가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오는 17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법이 아닌 고시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합의 또는 권고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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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정위는 자동차 교환, 환불 기준을 정비했다. 지금까지는 동일 부위에서 4번 이상 중대 결함이 발생할 경우에만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했고 일반 결함은 불가능했다.

중대결함이란 브레이크, 핸들 등 주행, 승객 안전 등과 관련된 결함이다. 일반결함은 차량의 사용, 가치, 안전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하자로, 제작사의 사업소 등에 입고해 수리가 필요한 정도의 결함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동일한 중대결함이 3번, 즉 2번이나 수리했는데 또다시 재발하면 교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또 이 같은 규정에서 아예 제외됐던 일반결함은 4번, 즉 3번 수리 후 재발시 교환, 환불이 가능해졌다.

자동차의 교환, 환불기간 기산점(기간의 계산이 시작되는 시점)도 개선됐다. 소비자가 차량을 인도받은 날부터 12개월 내로 계산해 사용 기간을 보다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전엔 기산점이 차령기산일로 돼 있어 최초 신규등록일 또는 미등록 상태인 제작연도의 말일부터 기간 계산을 시작했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최초 등록된 수입차량을 올해 2월 소비자가 구입한다면 교환, 환불기간은 올해 12월까지, 즉 10개월에 불과했다.

전자카드, 온라인·모바일 상품권 등 신유형 상품권의 환불기준도 신설됐다.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구입일로부터 7일 이내엔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또 금액형 상품권에는 잔액이 남아있을 경우 환불 기준을 명시하기로 했다. 1만원 초과 상품권은 60% 이상 사용했을 경우, 1만원 이하 상품권은 80% 이상 사용했을 경우 등이다. 여러 개의 상품권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엔 총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제조사들의 부품보유기간은 ‘해당제품의 생산중단’ 시점부터가 아닌 ‘해당제품의 제조일자’부터 계산하기로 했다. 생산중단 시점부터 계산할 경우, 소비자는 사업자가 부품을 언제까지 보유하고 있을지 알 수 없고, 사업자는 부품 수량 관리가 어려워 조기 단종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사업자의 부품보유기간이 짧아져 소비자에게 불리한 측면도 있다. 때문에 공정위는 냉장고, 털레비전, 에어컨, 세탁기, 보일러 등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관련 분쟁이 빈번한 제품들은 부품보유기간을 1년씩 연장하기로 했다.

핵심부품의 품질보증기간도 명확히 했다. 완제품의 품질보증기간은 지났더라도 핵심부품 품질보증기간이 남아있다면 이 부품에 한해서는 무상수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함으로써 향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개정된 기준에 따라 무상수리, 교환, 환불 등 신속하고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