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딜레마에 빠졌다. 업계 불황과 수익률 악화 등으로 제값을 못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헐값매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그나마 현실적인 가격에 인수할 만한 곳은 중국계 자본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KDB생명 매각주관사도 중국계 자본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25일 "산업은행과 KDB생명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KDB생명 매각 실사를 벌이고 있다"며 "KDB생명 인수를 추진할 만한 곳은 중국계 자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산은 "KDB생명 매각가, 당국 확인 받고 결정할 것"
매각 실사는 매각주관사가 KDB생명 기업가치 및 초기 매각가 등을 산정하는 작업인데, 주관사는 이 과정에서 매각 후보군을 두루 살펴본다. 실사는 7월 말 종료될 예정이고 매각공고는 산업은행 이사회 의결 이후 9월 중 날 예정이다.
매각대상은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펀드(PEF)와 KDB칸서스밸류 유한회사가 보유한 지분 85.05%로 현재 장부가는 약 7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두 번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데,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할 경우 내년 2월 도래하는 펀드 만기일을 연장해야 한다.
문제는 KDB생명의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이다. RBC비율이란 보험금 지급여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상 100%를 넘어야 한다. RBC 비율이 높을 수록 보험금 지급 여력이 높아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KDB생명 3월말 기준 RBC비율은 156.1%로, 생명보험사 권장 RBC비율인 200%보다 한참 못 미친다. KDB생명 매각이 실패하면 대주주인 산업은행 및 사모펀드 등은 펀드 만기 연장뿐만 아니라 증자를 통해 RBC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및 사모펀드가 KDB생명에 투자한 원금은 증자를 포함해 8500억원이다. 산업은행은 투자원금 회수를 위해 8500억원 이상 입찰가를 정하고 싶지만 이는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한 가격이다. 그렇다고 이보다 낮은 가격을 입찰가로 정할 경우 헐값매각 문제 때문에 감사원 감사 등의 타격이 우려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 결과를 지켜본 뒤 기업가치가 터무니 없이 낮을 경우 매각 자체를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뒤탈 없이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등의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중국계 자본이 매각에 손 뻗을까?
국내 기업 중 KDB생명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 국내 보험가입자 현황이 포화 상태인데다, 그동안 KDB생명이 주력 상품으로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최근 저금리 기조 때문에 수익률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더욱이 현재 ING생명도 시장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이라 KDB생명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KDB생명을 인수할 만한 곳이 중국계 자본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안방, 핑안, 푸싱 등 중국계 금융자본들이 국내 생보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매물로 나와 있는 ING생명의 경우 중국계 자본인 푸싱그룹,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지분 100%를 보유한 MBK는 다음달 이들을 상대로 초 본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이밖에 중국계 보험사인 안방보험은 생명보험업계 8위였던 동양생명에 이어 11위인 알리안츠까지 인수했다. 안방보험이 동양과 알리안츠를 합병할 경우 자산 40조원으로 단숨에 업계 5위로 뛰어 오른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차라리 중국계 자본이 KDB생명을 사갔으면 하는 눈치다. 두 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상황에 이번에도 매각 기회를 놓치게 되면 증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중국계 자본이기에 못판다는 인식은 없다"며 "그나마 인수 가능성이 높은 곳이 중국계 자본이기 때문에 그쪽과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