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CJ 등 주요 그룹들이 '물류'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내부 의존도가 높은 물류 사업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데다, 분할·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재편으로 몸집 키우기에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그룹은 내부 물량을 물류 계열사에 밀어주는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더 심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삼성SDS 물류사업 독립, 4년 후 '매출 8조' 목표
삼성그룹 IT서비스 회사인 삼성SDS는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 9.2%를 갖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삼성SDS의 물류 사업은 삼성전자(005930)물량을 빠른 속도로 가져오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물류 사업 매출은 2조6000억원이었다. 삼성그룹은 삼성SDS의 물류사업을 분할, 그룹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2020년까지 매출 8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SDS의 물류 사업에 대해 "대외고객 비중이 2% 수준에 불과하다"며 "분할을 통해 독립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물류전문 경영 체계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류사업 분할 후에는 해외 영업인력 확충, 지역별 대표 물류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 인수합병(M&A)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 현대글로비스, 완성차해상운송 그룹물량 50%까지 확대
현대자동차그룹 물류유통기업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제3자 물류 비중 확대와 미주·유럽법인 등 해외사업에서 성장의 답을 찾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4조6712억원, 영업이익 6980억원을 올렸다.
올해 실적은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수출 부진으로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PCC(완성차해상운송)의 현대차그룹 물량이 40%에서 50%로 확대된 것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2분기에 3조8964억원(국내 매출 3015억원, 해외 매출 1조 6815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3.29%)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6.71%)이 상당수 지분을 보유한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범한판토스, LG그룹 B2B사업 확대에 수혜
LG그룹은 작년 5월 LG상사를 통해 범한판토스의 지분 51%를 확보했다. 범한판토스는 올해 6월 하이로지스틱스를 인수, LG그룹의 해운·항공 물류뿐 아니라 육상 물류도 아우르면서 물류 창구를 일원화했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매출 2조1887억원, 영업이익 773억원을 기록했다.
LG그룹은 B2B(기업간거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범한판토스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GM과 자동차 전장부품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LG화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이베이와 해외운송 계약을 체결해 실적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중국 물류업체 잇단 인수..그룹 매출 2위
CJ그룹은 2011년 CJ대한통운 출범 이후 물류 사업을 그룹 대표 업종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작년 매출 5조558억원을 기록, CJ그룹 전체 매출(29조1000억 원)의 17%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에 이어 그룹 매출 순위 2위다.
CJ대한통운은 2025년까지 매출 25조원의 거대 물류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경기도 광주에 아시아 최대규모로 택배허브터미널을 짓기 시작했고, 2013년 4월 중국 내 대형화물 수송의 강자로 꼽히는 중국 스마트카고를 인수한데 이어 작년 9월 중국 냉장·냉동 물류 1위 기업인 로킨(ROKIN)을 사들였다. 최근 한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반응이 좋자 인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로지스틱스 내부 거래 비중 92%…"그룹 일감처리용 전략"
롯데그룹도 물류사업을 키우고 있다. 작년 1월 현대로지스틱스를 계열사로 편입했으며, 올해 이 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롯데의 물류사업이 그룹 내 일감처리용이라고 본다. 기존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가 롯데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린 매출액이 2조628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2조8451억원)의 92.3%에 달한다.
또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 품에 안긴지 1년 만에 3자 물류 비중은 줄어든 반면 계열사 일감 처리 비중은 늘었다. 작년 해외 매출은 2014년에 비해 1231억원이 감소했지만 국내 매출은 1272억원 증가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들이 물류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그룹 내 내부 일감처리를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