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통신(5G)은 인텔이 모바일 시장에 던지는 새 출사표입니다. 한국은 5G의 가장 중요한 테스트베드지요. 인텔은 한국 정부가 5G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주도권을 갖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것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윤은경 인텔코리아 부사장(사진)은 22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뜻밖에 5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G는 4세대(LTE)보다 최소 1000배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주파수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PC와 서버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를 만드는 인텔이 차세대 통신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윤 부사장은 "5G 통신이 가능해지면, 새로운 차원의 네트워크의 가치가 생긴다”면서 “영화를 얼마나 빠르게 내려받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나’로 통신의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5G는 새 서비스들이 탄생하는 요람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인텔은 4세대 표준 경쟁에서 ‘와이맥스(WIMAX)’ 진영을 이끌며 LTE진영과 경쟁했다가 패배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와이맥스 기술 확산에 늦어지면서 LTE를 지원했던 칩 제조사 퀄컴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모습을 인텔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한 인텔이 5G 시장에선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윤 부사장은 "한국은 5G 시범서비스는 물론, 상용화에도 앞장서고 있어 인텔에서 굉장히 눈여겨보고 있는 국가"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상용화 직전 단계의 5G 서비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5G 움직임과 발맞추기 위해 SK텔레콤, KT와 같은 주요 통신, 삼성전자, 화웨이 등 네트워크 기업들과 폭넓게 손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네트워크는 대형 장비로 움직였고 한번 설치가 끝나면 다른 기능은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5G 시대에는 가상화 네트워크(NFV) 방식으로 네트워크가 상황에 유연하게 구축하고 변경할 수 있게 될 텐데, 국내 통신사와 인텔이 NFV를 중점으로 연구하고 테스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헤럴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회장.

윤 부사장은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며 "5G의 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차에 달린 센서는 실시간으로 차량 내부의 중앙 컴퓨터와 통신을 해야 하고, 이 컴퓨터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주변 상황을 읽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갑자기 앞 차량이 멈추거나, 사람이 뛰어 들었을 때 사람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주변 교통 정보까지 파악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각종 센서와 차량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 그리고 고속 통신을 돕는 모뎀 칩과 기타 5G 네트워크 솔루션, 이 모두를 관장하는 클라우드 솔루션이 필요하다.

실제로 5G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그만큼 빠른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적은 전력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칩이 필수다. 전기나 가스 계량기부터 방범 카메라, 헬스케어 센서 등의 기기는 더 작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작은 전력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작은 수은 전지 하나로 10년동안 작동할 만큼 초저전력 칩이 필요하다. 인텔은 사물인터넷용 저전력 칩부터 인공지능 시스템용 고성능 칩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이런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인텔은 자동차 회사인 BMW, 차량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와 손을 잡고 2021년까지 사람의 개입이 필요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량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윤 부사장은 "인텔은 5G의 이쪽 끝과 저쪽 끝(end to end)에서 필요한 솔루션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회사"라며 "단편적인 서비스나 제품으로는 고객을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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