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 차단을 위해 자금을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의 드릴십 인수가 금융권 보증 문제로 지연되면서 유동성 위기 우려가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당장 9월 초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때문에 대우조선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일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선박건조장 현장

◆ 채권단, 잔여자금 1조원 중 일부 지원할 듯

소난골은 6월말 10억달러 규모의 드릴십 2기를 인수해가고 대우조선에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권 보증 등 자금 공급 계획에 문제가 생기면서 드릴십 인수를 지연해 대우조선으로 공급될 자금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드릴십 건조대금 중 20%는 선수금으로 받았지만 80%의 잔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잔금 규모는 한화로 1조600억원 수준이고 빨라도 9월말에야 잔금이 지급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작년에 자구계획으로 확정해 올해 말까지 채권단이 집행하기로 했던 4조2000억원의 자금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1조원의 잔여자금이 있는데 소난골 문제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이 자금의 일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큰 방향으로 소난골 보증 지원을 해보자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조율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우조선이 위기를 겪지 않도록 소난골 문제 지연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채권단의 정책이 이미 작년에 정해진 만큼 개별 프로젝트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가 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오늘 9월 초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온다.

◆ 조율 막판 진통 겪는 국책은행‧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금융권은 소난골 보증 문제 해결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무역보험공사가 소난골의 드릴십 인수대금 10억달러 중 6억2000만달러에 대한 보증을 해주고 나머지 3억8000만달러에 대해 산은과 수은이 나눠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눠 부담할 액수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적지 않은 자금인 만큼 각 은행별로 사업성 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아직 소난골 보증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소난골이 외국 국영회사라는 점도 국내 국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지원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소난골의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는 문제가 아니고 소난골이라는 해외 국영기업의 문제인데 계속 본질이 바뀌는 부분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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