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에서 면역항암제로 시장 변화

국내 제약회사들이 차세대 항암제로 급부상한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그룹 계열사 녹십자셀을 비롯해 JW중외그룹 계열사 JW크레아젠, 유한양행(000100), 신라젠 등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1세대 항암제인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컸다.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부작용은 덜하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1, 2세대 항암제의 부작용을 극복한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근본적으로 암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인간 고유의 면역기능을 강화해 암 발생 부위를 치료한다. 따라서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고 적용 대상이 넓다는 점이 장점이다

면역항암제는 인간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자동으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3세대 항암제다.

◆ 공격적 투자 나서는 국내 제약사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녹십자셀이다. 녹십자셀은 2003년 7월 개발한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Immuncell-LC)' 개발을 완료하고 2007년 간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첫 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2년에는 간암과 뇌종양(교모세포종)에 대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모두 마쳤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이뮨셀-LC는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초기 간암환자에게 뛰어난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항암면역세포치료제"라며 "지난해 소화기학 최고권위 학술지인 '소화기병학(Gastroenterology)'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간암의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치료제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으로 이뮨셀-LC의 뇌종양 적응증 추가를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췌장암 적응증에 대한 연구자 임상은 이미 완료했고, 현재 개발 중인 CAR-T의 전임상은 올해 안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JW중외그룹 계열사인 JW크레아젠은 올해 신장암 면역세포치료제 '크레아박스-RCC'의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 또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크레아박스-HCC'는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도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올 초 120억원을 투자해 미국 바이오벤처 소렌토와 합작투자회사(JVC)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 지분 51%를, 소렌토는 나머지 49% 지분을 소유한다. 이뮨온시아는 이사회 5명 중 3명을 유한양행 측 임원을 선임할 계획이다.

이뮨온시아는 소렌토가 보유한 면역항암제(체크포인트 억제제) 후보물질 3종의 임상시험과 개발을 추진한다. 이중 1종은 미국, 유럽, 일본을 제외한 지역의 독점 판매권을 가진다. 나머지 2종은 세계 전역에서 판매될 수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뮨온시아는 지난달 발기인 총회를 거쳐 조만간 국내에 설립될 예정"이라며 "첫 번째 체크포인트 억제제는 내년 하반기에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도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개발하고 있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의 암세포만 감염시킨 뒤 체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암을 파괴하는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4월 국내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로는 처음으로 FDA로부터 21개국 임상 3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고, 국내에서도 올 초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개시를 허가받고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부작용 없앤 면역항암제 시장 글로벌 격전지로

면역항암제는 크게 체크포인트 억제제와 세포치료제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면역항암제는 주로 체크포인트 억제제로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흑색종(피부암) 치료제 '여보이(Yervoy)'가 지난 2011년 3월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어 2014년 9월에는 미국 제약사 머크(Merck)의 흑색종과 폐암 치료제 '키트루다(Keytruda)', 같은해 12월에는 BMS와 오노약품의 흑색종과 폐암 치료제 '옵디보(Opdivo)'가 출시됐다.

최근에는 환자의 T세포가 특정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는 세포기반 치료기술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CAR-T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를 항원(공격 대상)으로 인식하는 수용체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를 더 잘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세포 내에 들어있던 분해효소를 암세포에 뿌려 사멸시킨다.

녹십자셀 제공

현재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암젠,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 등이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함께 CAR-T 상용화를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체크포인트 억제제에 이어 세포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2020년쯤 상용화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IMS 보건의료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18년까지 147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지난 5년간 33%의 성장했다.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P)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5년 16억 달러에서 오는 2020년 35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P는 "FDA가 혁신 신약으로 지정한 폐암 치료제 옵디보는 향후 5년간 연평균 60%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2020년에는 매출액 84억 달러(10조원)로 세계 3대 베스트셀러 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글로벌 항암 치료제 시장 성장을 주도한 품목은 2세대 항암 치료제인 표적항암제로 항암제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도 면역항암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암 환자가 늘고 고령화되면서 세계 항암 치료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