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우려 현실화…대우∙GS 등 대형사도 미달
동문건설 등 신규분양 앞둔 현장, 미분양 부담에 고민 커져

“잔치는 끝났다.”

삼성전자 고덕 반도체 사업장 신설과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 미군기지 이전 등 이른바 ‘트리플 호재’로 지난해까지 뜨거웠던 경기도 평택의 부동산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미분양의 무덤’이란 꼬리표가 붙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올해 들어 시장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 고덕 반도체 사업장과 수서발 SRT 개통, 미군기지 이전 등의 호재로 뜨거웠던 경기도 평택의 청약시장 열기가 최근 빠르게 식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6월 말 평택 비전동 용죽도시개발사업지구 A4-2블록에 공급한 ‘평택 비전 3차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모든 평형이 미달되면서, 1순위 청약 결과 0.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아파트는 총 977가구가 공급됐는데, 1순위 당해와 기타지역을 모두 합해 단 109명의 청약자가 접수했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은 74~97㎡로 최근 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 84㎡ 이하의 중소형 면적이 총 881가구로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GS건설이 동삭2지구에 공급한 ‘자이더익스프레스 3차(2324가구)’의 청약률도 부진했다. 전용 59㎡A는 1순위 청약에서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그나마 선전했지만, 전용 59㎡B는 1순위 청약에서 119가구가 미달된 뒤 2순위에서 청약자를 간신히 채워 1.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72㎡A와 72㎡B도 1순위 미달 뒤 2순위에서 겨우 청약자를 채웠다.

그나마 전용 84㎡A와 84㎡B는 2순위 청약접수까지 진행했지만, 끝내 38가구와 9가구를 채우지 못했다. 전용 98㎡B 역시 82가구 모집에 26가구가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GS건설은 지난해 7월과 11월에 각각 자이더익스프레스 1차 1849가구, 2차 1459가구를 공급했다. 1차는 계약 사흘 만에 90%의 계약률을 넘어섰고, 2차는 평균 2.8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3차는 앞서 공급된 두 단지와 비교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GS건설 자이더익스프레스의 부지 전경. 이 단지는 총 5632가구로 동삭동, 칠원동 일원 동삭2지구에 들어선다.

앞서 5월 청약자 발표가 난 ‘평택 비전 지웰 푸르지오’와 ‘평택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A1, A2블록도 모두 2순위에서 청약 접수가 마감됐다.

부동산 업계는 산업단지, 신도시 개발 등의 호재가 많은 평택 부동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호재에 비해 인구가 단기간에 많이 늘지 않는데다, 인프라 조성이 당장 이뤄지는 게 아닌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주택시장 가치도 덩달아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평택은 지난해 1만2137가구, 올해 2만1677가구 등 짧은 시간에 3만가구가 넘는 물량이 공급됐기 때문에 ‘주택 소화불량’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당장 이달 동문건설이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2803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평균 분양가를 3.3㎡당 887만원선으로 인근 동삭, 세교지구보다 낮게 책정했지만, 올해 평택에서 분양한 단지가 모두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쉽게 판매가 되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도 하반기에 대거 분양 물량을 쏟아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지의 경우 개발 기대감을 즉시 반영하지만, 주택의 경우 당장의 거주 수요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며 “평택의 경우 지나치게 주택 공급이 빨리 이뤄지면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