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2013년 기술력 평판이 좋던 협력업체 '풍원정밀'에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필수 부품인 박면(薄面) 제조를 제안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일본 기업에서 유리 박면을 수입해 쓰고 있었다. '풍원정밀'은 일본산 유리 박면보다 더 가볍고 얇은 금속 박면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풍원정밀의 금속 박면 제조 공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수율(收率)이 낮다는 단점 때문에, LG디스플레이로서도 대량 구매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LG디스플레이는 자체 공정 혁신 전문가 8명을 22개월 동안 풍원정밀에 파견해 생산 공정 개선 작업을 도왔다. 여기다 개발 자금도 지원했다. 결국 풍원정밀은 금속 박면의 생산 단가를 낮추고, 수율도 97%까지 끌어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약 500억원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었고, 풍원정밀의 매출액은 2013년 54억원에서 지난해 224억50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사례"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 지원으로 올레드 TV 핵심 부품 개발에 성공한 '풍원정밀'의 유명훈(왼쪽) 대표와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금속 박면을 살펴보고 있다.

LG그룹은 상생 협력 생태계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LG전자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6개 계열사가 최고 등급인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이다.

LG그룹은 150개 협력회사에 사내 기술 인력 200여명을 파견해 신기술 개발과 생산 공정 개선 등을 지원하는 '생산성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기술 지원 사례는 2012년 520건에서 작년엔 2031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LG그룹 관계자는 "기술 지원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5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LG그룹은 2010년 2500억원 규모로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LG상생협력펀드'를 만들었다. 이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LG그룹이 협력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펀드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6495억원까지 늘었다.

LG그룹은 또 협력업체에 예상 주문 물량과 납기 등에 관한 정보를 가능하면 3개월 전에 알려주는 '하도급 알리미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협력업체들이 미리 필요한 자재를 확보하고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이 발행하는 외상매출채권(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외상거래증서)을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3차 협력업체도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상생결제시스템'을 적극 활용 중이다. 지난해 LG그룹이 상생결제시스템을 통해 2·3차 협력회사에 결제한 대금 규모는 국내 주요 기업 중 최대 규모인 600억원에 달한다.

협력업체와의 '인간적인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월 국내외 100여개 협력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동반성장 새해 모임'을 개최했고, 2차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동반성장 정책을 설명하고 협력회사의 의견을 경청하는 '동반성장 소통 데이(Day)'도 실시했다. LG유플러스는 업종별 28개 협력회사 대표로 구성된 'U+동반성장보드'를 발족하고, 꾸준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은 평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이 LG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며 "LG그룹에는 협력회사와 갑을(甲乙) 관계가 없다는 게 구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