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기술이 땅으로 내려오면서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 날개를 달게 됐다. 미래 자동차산업 핵심 주제인 자율주행 기술도 사실 하늘을 나는 기술에서 출발했다.

①지능형 정속주행 시스템(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투기 앞쪽에는 레이더가 탑재되어 있다. 초음파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정보를 계산·분석해 주변에 있는 물체 움직임과 크기, 진행 방향 등 주요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한다. 이 기술을 응용해 자동차에 접목한 ACC는 적기 대신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한다. 센서가 이를 감지해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돌발 상황에 자동차가 스스로 대처하고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②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음속을 넘나드는 공중전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계기판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잠깐 사이 적의 움직임을 놓쳐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조종사가 전방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전투기의 중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고안한 장치가 바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1980년 프랑스의 전투기 미라주 2000에 처음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2003년 BMW 5시리즈에 장착됐다. 국산 차는 2012년 발표한 기아차 K9에 최초 적용됐다. 차 유리창에 각종 운행 정보가 뜨는 구조다.

③위성 항법 시스템(GPS)

미국 국방부는 날씨와 지형에 상관없이 적의 요충지를 더 정확하게 폭격할 방법을 연구하던 중 아군과 적군 위치를 위성을 통해 정확하게 계산하는 위성 항법 시스템(GPS)을 개발하게 됐다. 2000년 미국이 GPS 위성의 사용을 민간에게도 개방하면서 위성 항법 시스템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길을 찾는 과정이 사실 목표물을 폭격하려는 군사적 용도에서 만들어졌기에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젠 일상에서 없으면 안 되는 유용한 기술이 됐다.

④블랙박스

호주의 항공과학연구소에서 일하던 데이비드 워런(Warren)은 1949년 세계 최초 제트 여객기 '코맷'이 추락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장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1956년 현대 블랙박스의 시조 격인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FDR)를 발명하게 된다. 자동차에 장착된 블랙박스는 사고가 잦은 도로에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시비를 가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긴급구조신호(SOS) 송출이나 하이패스 기능 등이 더해지면서 블랙박스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