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의 첫 구속으로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넥슨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의 부동산 거래, 넥슨과 삼성전자 최고위 관계자의 처남 회사 거래 등이 속속 불거지며 ‘넥슨 게이트' 수준으로 커져 넥슨 관계자들이 사태 수습과 해명에 힘과 시간을 쓰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이 불거졌을 때 넥슨의 공식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정경유착과는 무관하다던 인터넷 및 게임업계의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진경준 검사장 김정주 NXC 회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주 NXC 회장의 자회사인 넥슨코리아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소유한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부동산을 사들였다가 차익을 남기지 않고 매각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례적으로 부동산중개인 없이 당사자 간 거래로 이뤄져 의혹을 키우고 있다. 우 수석이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일하던 2010년 초, 진경준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의 비위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를 받고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부동산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장인이 딸 4명에게 상속한 빌딩으로 강남역 인근에 있다. 우 민정수석의 처가가 13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팔려고 했던 것은 상속세 때문이었다. 넥슨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는데 이 과정에서 진경준 검사장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넥슨 측은 “해당 부지를 신사옥 부지로 관심있게 보고 있었으며 우 민정수석과의 관계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넥슨은 해당 부지에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1년만에 팔았다. 1년만에 부동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입비용 이자와 취등록세 등으로 넥슨코리아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DB

또 넥슨 측은 거래 상대방이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거래를 하는데 상대방에 대해 모르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거래중개 개발사 대표가 서민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와 고교동창인 사실이 밝혀진 점도 비리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 18일에는 넥슨이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의 처남이 창업한 조이시티의 주식을 매수했다가 6개월만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12년 넥슨이 삼성전자 고위관계자의 처남이 보유한 조이시티 주식 255만주를 900억원에 매입했으며, 4개월 후 넥슨은 삼성전자 스마트TV용 게임을 삼성전자에 공급했다. 문제는 넥슨이 조이시티 주식을 매입한 지 반년도 안돼 헐값에 매각하면서 삼성전자와 계약하기 위해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삼성전자 측은 “언론보도에 나온 주식매입 시기는 삼성전자가 스마트TV 시장 선점을 위해 게임 업체 참여를 유도하던 때”라며 “스마트TV 체험공간 운영 등으로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시기 였기 때문에 넥슨이 소규모 게임회사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가면서까지 스마트TV 용 앱 납품을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최고위 임원의 처남이 주식 매각으로 큰 돈을 벌면서 넥슨이 삼성전자 최고위 임원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은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취득이 검찰 조사로 특혜성으로 드러나면서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에도 휘말렸다. 넥슨은 진 검사장에게 회사 돈으로 넥슨 주식 매입자금을 대줬다는 보도가 나오자 “2005년 당시 퇴사한 임원이 보유한 넥슨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장기투자자를 급하게 물색해 매수자의 편의를 봐주는 과정에서 매수인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자금을 대여했으며 대여자금은 모두 그해 상환됐다”고 거짓 해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진 검사장은 넥슨 재팬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으며 검찰은 이를 뇌물로 보고있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진 지 4개월만인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긴급구속됐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팔아 얻은 126억원 추징 여부를 따지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 산업은 재벌기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 ‘원죄’인 정경유착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난 ‘양지의 산업’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넥슨은 물론 게임산업 전체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고, 기존의 사행성이나 게임중독 이슈와는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어 더욱 충격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