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년 넘게 고생한 라인이 성공을 거둔 것은 기쁩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이 두렵고 긴장됩니다. 앞으로 북미·유럽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겁니다."

네이버 이해진〈사진〉 이사회 의장이 15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2013년 11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 3억명 돌파 당시 도쿄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뒤 2년 8개월 만이다. 이날 네이버의 자(子)회사인 라인은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됐다. 뉴욕 증시에서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6.6% 올랐고 도쿄에서는 31.7% 상승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절박하다"고 말했다. 라인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구글·페이스북, 중국 텐센트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과 경쟁하기엔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PC·모바일 넘어선 새로운 기술 선보일 것"

이 의장은 "라인처럼 네이버에서 독립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기업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IT(정보 기술)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라인은 네이버 일본 법인에서 개발해 2011년 6월 일본 시장에 정식 출시, 현재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태국·인도네시아·대만 등 동남아뿐 아니라 스페인·콜롬비아·멕시코로도 세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는 세계 시장에 선보일 제2의 라인 후보군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서비스(웍스모바일), 한류 모바일 동영상(V앱), 만화(웹툰) 등을 꼽았다. 이 의장은 "라인을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라인의 브랜드를 활용해 다른 서비스들이 세계 시장에 더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글로벌 IT 기업 간에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율 주행 자동차(무인차)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을 염두에 둔 듯 "PC나 스마트폰 서비스를 넘어 자동차나 스피커 등을 이용한 서비스도 출시할 것"이라며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투자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해외의 신기술, 서비스 출시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인터넷·모바일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하고 사용자들도 순식간에 새 서비스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이 의장은 "한국에서도 동영상은 유튜브,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페이스북, 사진은 인스타그램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현 시점에서 만족했다간 금방 거대 기업에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는 불공정 경쟁 하자는 것"

이 의장은 평소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이날 구글의 한국 상세 지도 반출 요구에 대해 거침없이 일침을 가했다. 구글은 현재 한국의 상세 지도를 자사 서버(대용량 컴퓨터)가 있는 해외로 반출하게 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한 상태이며, 일각에서는 구글이 법인세 회피를 위해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의장은 "한국에서 구글·애플 같은 기업은 매출이 얼마인지 밝히지도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이는 너무나도 불공정한 것"이라며 "(지도 서비스용) 서버를 한국에 두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구글 같은 기업이 세금도 안 내고 정부 규제도 안 받으면서 권리만 요구하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인 상장으로 이 의장이 보유한 지분(557만2000주)의 가치는 약 242억1000만엔(약 2600억원)에 이른다. 그는 대규모 스톡옵션(우선 매수 청구권)을 받은 데 대해 "지난 10여년간 매달 일본을 오가며 해외 진출과 신사업을 추진한 공로를 평가위원회에서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라인 지분을 팔아 경영권 방어를 위해 네이버 지분을 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전액을 네이버 지분 매입에 쓰더라도 대주주로 올라서기엔 턱없이 부족한 데다 꼭 지분율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