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저축은행 6곳이 고금리 대출자들의 대출금리를 연 27.9% 이하로 낮춰주기로 하자 대형 저축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이하 중앙회)는 13일 "모아·대한·인성·키움·페퍼·한국투자 등 6개 저축은행이 지난 3월 이전 대출자들에게도 대출금리를 소급해 인하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대부업법 개정으로 법정 최고 금리가 연 34.9%에서 7%포인트 인하됐는데, 그 이전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소형사들이 먼저 치고 나오자 대형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형사들은 신용 대출 금액이 워낙 커 일괄적으로 금리를 낮춰주면 적지 않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냥 팔짱 끼고 있을 경우 금융 당국의 미운털이 박힐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왜 소형 저축은행들이 먼저 나섰나
6개 저축은행 중 4곳은 신용 대출 규모가 300억~600억원대에 그치는 규모가 작은 곳이다. 각 사에 따르면 6개사 전체 신용 대출 잔액은 약 7000억원으로 저축은행 전체(약 8조원)의 8%에 그친다. 전체의 67%를 차지하는 대형사 6곳의 신용 대출 총액(5조2000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들이다 보니 금리가 연 27.9%를 넘는 대출 금액도 적은 편이다. 예컨대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금리가 연 27.9%를 넘는 신용 대출 금액은 1억8000만원 정도(15건)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축은행 6개사는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회에 등록된 저축은행 79곳 중 신용 대출을 하는 회사는 현재 34곳 정도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을 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들이 의기투합해 자발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날 중앙회의 발표는 금융 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순우 중앙회장, 저축은행 대표 20명과 함께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점심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진 원장은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7.9%이지만, 자발적으로 최고 금리를 낮추는 노력을 해달라"는 취지의 말과 함께 "최고 금리 인하 전에 실행된 고금리 대출에 대해서도 인하된 금리를 소급 적용해주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는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원장 입장에서는 취임 이후 저축은행 업계에 "평균 금리를 낮춰 달라"는 신호를 꾸준히 줬는데,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작심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민에 빠진 대형 저축은행들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저축은행 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진 원장 회동 이후 중앙회 주도로 업계 대표들이 몇 명씩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앙회나 업계 입장에서는 당국 말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을 테고, 신용 대출 규모가 1조원을 넘거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사들은 금리 인하를 소급 적용할 경우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에 전 업권이 동참하는 모양새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봐야 한다"며 "적당한 곳을 추리다 보니 중소 규모의 6개사를 '섭외'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중앙회 발표 이후 대형사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추가로 다른 중소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하 소급 적용 행렬에 동참할 경우 대형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따가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사는 연 27.9%를 넘는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사람 중 신용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사람을 선별해 금리를 인하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