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KDB산업은행이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보증금 '3150억원'을 놓고 다투는 소송이 연장전에 들어갔다. 한화는 1심(2011년)과 2심(2012년)에서 졌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서울고법 판결에 따라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보증금 전액 또는 일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산업은행은 보증금에 이자까지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3150억원이 걸린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웃는 승자는 누구일까.
◆ 대법원, 3150억 보증금 전액 산은이 가져선 안돼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이행보증금으로 매입 금액의 5%에 해당하는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한화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고, 확인실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수에 필요한 자료 등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2010년 1월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보증금 3150억원은 고스란히 산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한화는 2010년 6월 산은에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조정신청을 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산은에 납부했던 이행보증금 3150억원에 대해 계약 무산 후 보증금 일부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한화와 산은이 인수 양해각서를 쓰면서 규정한 이행 보증금을 위약벌로 보느냐, 손해배상액의 예정(豫定)으로 보느냐다. 위약벌은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감액하지 않고 모두 지급해야 하는 벌금의 일종이다. 손해배상액 예정은 계약 당사자간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 사이 예약으로 미리 정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1·2심에서 한화와 산은이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계약 체결을 강제하기 위해 이행 보증금을 감액하지 않는 '위약벌'로 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행 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 성격으로 보고, 315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한화케미칼이 KDB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산업은행에 납부했던 인수 이행 보증금 3150억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다시 심판시키기 위해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사유에 대해 "한화는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확인실사의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 이 같은 사정 등을 고려해 볼 때 3150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해도 된다는) 원심 판단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및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 법조계, 한화가 '얼마를 돌려받느냐'가 관건
한화그룹은 서울고등법원의 재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화그룹은 "상고의 취지를 인정해준 대법원의 결론을 존중하고 파기 환송심에서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반면 산은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 전액을 물게 되고, 여기에 이자까지 합쳐지면 최악의 경우 4000억원이 넘는 돈을 한화에 되돌려줘야 하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서울고법에서 산은의 입장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한화가 제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 보증금 소송에서 사실상 한화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법에서 이뤄지는 재심은 한화가 보증금 중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은이 얼마나 손해를 입었는지, 인수 포기에 대한 책임이 한화에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한화는 '산업은행에 손해가 적어 대부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더 비싸게 팔 기회 등을 놓쳐 손해가 크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고법은 산은이 실제로 입은 손해, 한화가 계약을 위반한 정도 등을 따져 배상액을 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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