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지난달 667.5조…집단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 영향
한은 "집단대출 증가, 가계부채 질적 구조에 악영향"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2016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은 500조900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4조8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00조원을 돌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이다.

당국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고 집단대출 규제도 강화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일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7월부터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폭등을 막겠다고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을 규제했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수도권 주택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은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도 667조5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6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6월 8조1000억원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둔화한 것이지만, 2010~2014년 6월 평균 증가액인 3조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마이너스 대출도 지난달보다 1조7000억원 증가하며 165조8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전월 4조7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2010~2014년 6월 평균 증가액인 2조5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2.89%(신규취급액 기준)로 4월보다 0.04%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작년 4월(2.81%) 이후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로써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12월 3.12%에서 올해 1월 3.10%로 떨어진 이후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량 증가와 집단대출의 영향으로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1만2000호로 4월(8000호), 5월(1만호) 보다 많이 늘어났다.

집단대출의 꾸준한 증가도 가계대출 급증을 이끌고 있다. 집단대출은 신규분양, 재건축, 재개발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괄 대출로, 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을 포함한다.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보증을 통해 대출이 진행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개별 대출자의 상환 능력은 따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난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아파트 분양 호조로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소득이 낮은 사람 중심으로 부채가 늘지 않도록 금융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특히 "소득에 기초한 금융감독을 통해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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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기업대출 증가폭은 전월 3조3000억원 증가에서 1조2000억원 감소로 대폭 줄어들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1조7000억원이 증가했지만, 전월(3조7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다. 대기업 대출은 전월(4000억원 감소)보다 크게 줄어 2조9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기업 대출이 다소 줄어든 것은 반기말 기업들이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일시상환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5월 통화량(M2)은 전년동월대비 6.7% 증가했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MMF(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등을 합한 것이다.

6월 시중 통화량의 증가세도 전월과 비슷할 전망이다. 한은은 전월(6.7%)과 비슷한 6%대 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은은 "국외부문을 통한 통화공급이 전년동월보다 축소됐지만 민간신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