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서 전세 3억원짜리 59㎡ 아파트에 사는 이모(34)씨는 4년 전 결혼할 당시 "10년 내에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겠다"는 재테크 목표를 세웠다. 맞벌이로 부부로 합산 연소득이 1억원이 넘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씨는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 내가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분양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 분양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40대 프랑스 남성 샤셍씨는 해외 근무 10년 만에 고국인 프랑스에 돌아와 집을 사려다가 깜짝 놀랐다. 파리 15구 외곽의 40년 된 62㎡짜리 방 2개 딸린 아파트 가격이 56만유로(약 7억1800만원)에 달했던 것이다. 파리 도심에 있는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10억여원, 84㎡ 아파트는 15억원 정도다. 그는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번 돈과 대출을 동원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집값에 전 세계 몸서리

전 세계가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10년간 세계 주요 22개국의 주택 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상승률은 48.4%에 달했다.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홍콩으로 작년 집값이 2005년에 비해 226.6% 올랐다. 한국의 집값은 39.2% 올랐다.

서울 집값은 사상 처음으로 평균 5억원을 넘어서는 등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4년 1월 기준 평균 4억4085만원하던 서울 집값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5억198만원이 됐다. "서울 집값은 한국 경제 수준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 집값 글로벌 수준에서 볼 때 중위권

하지만 "서울의 집값을 글로벌 수준에서 비교하면 중위권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가별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지표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본지가 건국대학교 부동산·도시연구원과 함께 한국의 수도권과 비슷한 외국 각 대도시 권역별 PIR을 산출한 결과, 미국 뉴욕 대도시권은 PIR이 6.1이었다. 이는 6.1년 동안의 가구 소득을 통째로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PIR은 9.2,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은 8.0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광역도시권은 PIR이 10.6, 영국 그레이터 런던(런던 포함한 수도권)은 8.5였다. 홍콩은 17.0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을 포함한 한국 수도권의 PIR은 5.9로 뉴욕과 비슷했다. 여기서 기준이 된 한국 수도권 가구의 주택 가격은 2억3900만원이고, 가구 소득은 4030만원(2015년 가계금융조사)이다.

PIR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난다. KB국민은행의 조사에서 서울의 PIR은 9.7로 건국대 PIR보다 높았다.

이는 KB국민은행이 서울 주택 구입 비용을 서울 시민의 소득이 아니라 전국 도시 가구의 소득으로 나눠 PIR을 구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의 집값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영국 런던에서 공급면적 120㎡(전용 100㎡ 수준) 집을 살 경우 집값은 47억6527만원이 들고, 서울에서는 6억5136만원이 든다.

☞PIR(Price to Income Ratio)

가구소득 대비 집값의 비율.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년)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가 간 집값을 비교할 때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