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에 탑재된 '방수'와 '무선충전' 기능을 올해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7(가칭)에 적용하고 북미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노린다.
11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7에 방수와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BGR,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잇따라 "애플이 올해 가을 출시하는 아이폰 신제품에 방수 기능과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아이폰7에 갤럭시S7의 주요 기능을 적용한 것은 자신들의 텃밭인 북미 시장에서조차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성향도 이같은 애플의 전략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아이폰7에 방수기능 탑재…삼성에 밀린 북미 점유율 회복 노려"
아이폰7에 방수 및 무선충전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보도는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스'가 지난 4일(현지시각) 공개한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됐다. 이 사진에는 애플 아이폰의 세계 최대 외주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 내부에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현장이 담겨있다.
아이폰7 플러스 실물 사진이 담긴 폭스콘 내부 발표 슬라이드에는 아이폰7 플러스에 방수 기능과 무선충전 기능이 추가됐다고 적혀있다. 또 1200만 화소의 듀얼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이어폰과 연결하던 포트가 사라졌다는 내용도 나온다. 마이드라이버스는 아이폰7 사진 공개와 함께 "아이폰7 시리즈는 'IP68' 등급의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IP68 등급은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가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획득해 화제가 됐다. IP68 등급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부여하는 전자제품의 방수 등급으로, 이 등급을 받으려면 스마트폰이 1.5미터 수심에서 30분 이상 정상 작동을 해야 한다. 국내 모바일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방수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S7 시리즈로 북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에 이 기능을 장착해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올해 3월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으나 흥행에 참패했다. 그 사이 갤럭시S7 시리즈를 앞세운 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인 북미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28.8%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시장점유율 23%를 기록한 애플은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가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북미 지역에서 갤럭시S7 시리즈의 첫달 판매량은 전작(前作) 갤럭시S6에 비해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북미 시장에서 갤럭시S7 시리즈를 1500만대 정도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가 2분기 합산 판매량에서도 북미 시장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보니 애플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애플이 방수와 무선충전, 듀얼카메라 등의 기능을 적극 도입하려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행 민감한 팀 쿡…"북미 소비자 선호도 고려했을 것"
애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애플은 올해 1분기(회계연도 기준 2분기) 505억6000만달러(약 57조9468억원)의 매출액과 105억2000만달러(약 12조5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주당순이익은 1.9달러, 아이폰 판매량은 5120만대로 집계됐다.
여전히 막대한 판매량과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악화된 실적이다. 애플은 2015년 1분기에 매출액 580억달러(약 66조4738억원), 순이익 136억달러(약 15조5869억원), 주당순이익 2.33달러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아이폰 판매량도 6110만대로 올해 1분기보다 1000만대가량 더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故) 스티브 잡스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대중성과 시장성을 추구하는 쿡 CEO는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보급폰 시장을 겨냥해 아이폰SE를 선보였고,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국 시장 진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폰7 시리즈에 방수 및 무선충전 기능을 적용한 것도 쿡 CEO의 즉각적인 위기감 타개책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북미 지역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스마트폰의 아웃도어 관련 기능에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의 이같은 특성을 고려해 그동안 방수와 방진, 충격 등에 강한 갤럭시 액티브 시리즈를 북미 시장에 별도로 출시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갤럭시S7 액티브를 미국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북미 지역에 출시했다.
휴대폰 제조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쿡 CEO는 잡스가 선호하지 않던 대(大)화면폰을 시장 요구에 따라 적극 출시했고, 잡스가 혐오하던 스타일러스 펜(애플 펜슬)을 도입하기도 했다"면서 "아이폰7에 방수 기능이 탑재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쿡 CEO가 경쟁 제품에 대한 북미 소비자들의 반응을 고려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갤럭시S7 액티브의 방수 실험 결과를 공개한 것이 애플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8일(현지시각) "갤럭시S7 액티브를 1.5미터 깊이의 물탱크에 30분 동안 담가두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제품에 물이 스며들어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