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대한주택보증에서 이름을 바꾸고 그 역할을 확장했다. 이 때 HUG의 목적을 '도시재생 활성화 지원'과 '주택도시기금의 효율적 운용·관리'에 두고 분양보증 등의 보증업무와 도시재생사업 지원 업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최근 HUG를 보면 분양가 조정기관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보증을 통해 주택·도시재생 사업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 목적인데, 마치 분양가 승인을 내주는 기관처럼 비쳐지면셔 일각에선 '월권' 논란까지 일고 있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보자. 이 단지의 조합과 건설사는 이미 두 차례 분양가를 낮췄다. 분양 승인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고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에 달한다는 논란이 일자 조합과 시공사, 국토교통부, HUG, 강남구청 등이 논의해 이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기로 했다.

이후 강남구청에 분양승인을 받기 위해 HUG의 보증 서류를 받아야 하는 조합과 시공사는 한 차례 더 낮춰야 했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 이하가 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였고 조합과 시공사는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HUG는 보증 허가에 미온적으로 나왔다.

분양승인 인∙허가권자인 강남구청도 HUG의 보증 서류만 있으면 분양승인을 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HUG가 분양 보증을 내주지 않으면서 일반분양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HUG가 분양 승인에 꼭 필요한 보증 절차를 이유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조절하고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현장의 문제를 막아보겠다 취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HUG 업무에서 분양가 통제는 권한 밖의 일이다. 게다가 민간 기업의 분양 일정에 차질을 줄 정도라면 월권 행위 여지가 많다.

HUG가 자체적으로 사업장을 분석해 보증을 내주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양가를 낮춰야 보증 승인을 내주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분양가 통제와 다름없다. 보증을 빌미로 민간 기업을 길들이려는 '관치(官治)'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