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 통계학과 교수인 나심 탈레브는 2007년 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책의 주요 내용은 흑조(Black Swan)처럼 통계적으로 희귀한 현상들이 점점 더 일반화 돼 가고 있다는 것과 경영자가 헤징과 보험으로 이에 대해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저서가 발간됐을 때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다음에는 3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리고 ‘블랙스완 현상’이라는 단어는 금융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리먼사태를 시작으로 2011년 남유럽국가들의 국가부도 위험, 2011년 미국 국가 신용도 하락, 2015년 러시아 경제 위기,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및 위안화 절하 등 수많은 새로운 블랙스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브렉시트 (Brexit·영국의 EU 탈퇴) 역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이다.

블랙스완은 금융 분야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고 질병 관리 측면에서도 주요 현상이 됐다. 교통의 발달로 인구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한 국가에서 시작된 질병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진다.

사스, 광우병, 조류독감,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 등 질병의 시리즈라 일컬을 정도로 세계는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리고 질병들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각종 행사 취소가 다반사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와 테러가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정도가 되면 2년에 한 번꼴로, 50년 만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는 희귀한 사건이지만 전 영역에 걸쳐서 보면 블랙스완이 일상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경영자는 시장충격이 늘 있다는 가정하에 경영을 해야 한다. 블랙스완 현상은 말 그대로 희귀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다. 최근에 발생한 브렉시트 역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모든 여론조사 기관에서 잔류를 예상했기에 블랙스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블랙스완이 잠복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인’ 뉴노멀 (New Normal) 시대를 사는 경영자들은 어떠한 대비를 할 수 있을까. 상황이 불확실할 때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단 하던 일손을 놓고 상황을 파악한 다음에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사태 발생 후에 성급하게 행동하면 오히려 일을 악화시키고 반대의 경우 늑장 대응으로 골든 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판단은 결과를 본 다음에 쉽게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수장들은 사후 분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자 한다. 그러므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어떤 마음가짐과 전략으로 블랙스완 현상을 헤쳐나가야 할지 살펴 보자.

첫째, 어떤 블랙스완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건 발발 직후에 사건이 주는 심리적 충격이 가장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블랙스완 상황은 분초를 다투는 자연재앙이나 사고현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2~3일에서 일주일까지 생각할 여유는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2~3일에 걸쳐 심리적 패닉을 가라앉히고 다음 행보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또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아니 더 큰 위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그것을 잘 극복했던 경험을 회상하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 충격을 주는 사건은 경쟁업체도 동일하게 겪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더 잘 헤쳐나가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의 노스웨스트 항공사와 델타 항공사는 둘 다 2008년 리먼사태로 위기를 겪었는데 더 잘 극복한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를 합병해 지금은 리먼사태 이전보다 훨씬 더 우량 항공사가 됐다.

둘째, 평상시에 기업경영과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유지해야 한다. 대부분의 충격은 경영에 어려움을 가져오는데 이에 대응해 커다란 변화(구조조정, 합병, 감자, 손해배상 등)를 시장이 요구할 수가 있다. 이때 내부를 결속하고 외부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비리가 없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 이르면 회사는 소비자, 언론, 정부, 금융기관의 현미경 아래에 놓이게 되고 감춰졌던 비밀들이 다 드러나게 된다. 기업이 투명하지 못하면 대응조치가 늦어져서 그만큼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대기업 경영자들의 개인비리로 인해 구조조정의 속도가 늦어지고 해당 기업의 손발이 묶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셋째, 위기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보험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즉, 그룹 내에 여러 기업을 가지고 있으면 한 회사가 어려워도 다른 회사가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룹 내의 애물단지 기업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이러한 무분별한 타 산업 확장은 시너지도 없고 전략도 없는 그릇된 선택이다. 오히려 보험효과를 누리기 위해 회사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헤징을 해야 한다. 환율에 민감한 기업은 환헤징을 해야 하며 유가에 민감하면 유가헤징을, 자연재해에 노출됐으면 재난보험을 들어야 한다.

물론 헤징을 하거나 보험을 들면 비용이 상승하고 수익성은 다소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는 ‘불안한 최대이익’보다는 ‘안정적인 적정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결국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익극대화를 추구해 보험을 들지 않았다가 위기를 맞으면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좌석벨트를 매지 않는 승객은 사고가 나도 할 말이 없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져야 할 마음은 겸손이다. 기업 경영은 항상 잘되지도 항상 어렵지도 않다. ‘내가 잘해서 회사가 성공했다’고 믿는 CEO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다. 회사가 잘 된 것은 전 직원이 잘 한 것이고 환경이 우호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데 이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오늘날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그것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사람도 많아야 하고 CEO는 그러한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일수록 개인보다는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브렉시트로 시장은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지만 위의 원칙들을 잘 지킨다면 이 또한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경을 견뎌 내고 극복해 나가는 경영자의 힘을 믿고 나아가야 할 때다.

/이코노미조선 7월6일자(157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