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은 과거 인류가 남긴 유물을 발굴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이클 하슬람 교수도 고고학자이다. 하지만 발굴 대상이 남다르다. 그가 찾는 것은 인간이 아닌 원숭이 조상이 남긴 유물이다. 하슬람 교수는 최근 국제 학술지 '인간 진화 저널'에 처음으로 원숭이 조상들이 쓰던 석기(石器)를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하슬람 교수 연구진은 태국의 피아크 남 야이 국립해양공원에 사는 버마게잡이원숭이 무리를 관찰했다. 원숭이들은 둥근 돌로 굴과 게를 내리쳐 단단한 껍데기를 부수고 속살을 빼먹었다. 석기시대 인류의 조상도 아마 같은 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숭이에게도 인간과 같은 석기시대가 있었을까.
연구진은 인근 퇴적층 65㎝ 깊이에서 과거 원숭이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10점을 발굴했다. 같이 발굴된 굴 껍데기를 통해 석기들은 65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두 세대 전, 즉 지금 원숭이의 할아버지들이 쓴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발굴을 못 해서 그렇지 그보다 더 오래된 원숭이의 구석기 유물이 발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숭이도 독자적인 석기시대가 있었을 것이란 말이다.
실제로 2007년 캐나다와 독일 공동 연구진은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에서 4300년 전 침팬지가 견과류를 깰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를 발굴했다. 하슬람 교수는 "영장류들의 석기 사용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축적되면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행동이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