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이 올해초 하드웨어 부문을 신설한 데 이어 구글 자체 브랜드의 스마트폰까지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사물)에 대한 통제권도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글이 자체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경우, 구글과 다수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이 깨지고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조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글이 2015년 9월 LG전자, 화웨이와 협력해 출시한 넥서스 5X(왼쪽), 넥서스 6P(오른쪽)

◆ "연말 구글폰 나온다"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구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구글이 자체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연말에 출시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업자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구글폰'은 회사의 이름을 건 만큼 하드웨어의 디자인과 설계에도 구글이 직접 참여한다"고 말했다.

구글 자체 브랜드의 스마폰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는 수퍼프리미엄 기기일수도 있고 넥서스 시리즈의 후속 버전일 수도 있다. 아니면 기존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일 수도 있다. C넷은 "만약 그것이 '빅씽(Big thing)'이라면 구글의 대화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어시스턴트'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데이드림''을 탑재하고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동안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HTC, 화웨이 등 각국 제조사에 단말기 개발 및 생산을 맡기고 자신은 운용체제(OS)와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구글이 '구글폰' 제작에 참여하면 기존에 협력해왔던 스마트폰 제조사와 경쟁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높지만, 구글이 일일이 안드로이드폰을 통제하기 어려워(안드로이드의 파편화) 적지 않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마시멜로우(Marshmallow)'를 채용한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31.6%는 2013년에 나온 안드로이드 버전 '킷캣(KitKat)'을 사용하고 있다.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 스마트폰 비율이 낮다는 것은 구글이 새로운 전략을 펼쳐도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애플 아이폰 중 77%가 최신 버전 OS인 'iOS9'를 사용하고 있다. 애플은 OS와 기기(하드웨어)를 모두 만들기 때문에 기기도 통제할 수 있고 OS도 한번에 업그레이드하기 쉽다.

구글은 새 OS를 내놓을 때마다 새 OS에 최적화한 레퍼런스폰(기준이 되는 폰)인 '넥서스'를 제조 협력사에 의뢰해 만들어왔다. 구글 수뇌부는 이것만으로는 안드로이드의 파편화를 막기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샤오미와 아마존처럼 소스코드가 공개된 안로드이드를 변형해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버전이 아닌 독자 OS를 만드는 제조사도 늘었다.

◆ 올해 4월 하드웨어 부문 신설…"스마트폰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닌듯"

지난 4월 28일 구글은 그동안 흩어져 있던 하드웨어 관련 부서를 모아, 하드웨어 제품을 담당하는 부문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산하로 돼 있다. 모토로라 전 대표인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가 하드웨어 총괄 수장을 맡았다.

신설 부서는 스마트폰 '넥서스'뿐 아니라 태블릿 '픽셀', 노트북 '크롬북' 및 무선라우터 '온허브', 스트리밍장치 '크롬캐스트' 등 구글의 모든 하드웨어 사업을 맡는다. 스마트폰에서 3차원(3D) 지도를 쓸 수 있게 해주는 '탱고' 프로젝트, 사용자가 부품을 레고처럼 조립해 원하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아라' 프로젝트도 여기서 맡는다.

구글이 하드웨어 부문을 따로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만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시계, 운동화, 스피커 등 각종 사물에 스마트 기능이 탑재되는 IoT 시대에 OS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동안 구글에는 하드웨어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체계가 없어서 IoT 제품의 상용화에 혼선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로 이 제품은 상용화에 실패했다.

구글 하드웨어 부문의 수장인 릭 오스텔로는 구글이 2012년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부문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을 때 구글에 합류한 인물이다. 오스텔로는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중국의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레노버로 갔다가 이번에 구글에 다시 합류했다.

◆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구글-삼성전자 밀월 관계 깨질 듯

구글이 스마트폰 등 각종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권을 높이면, 구글과 하드웨어 제조사의 분업 구조인 현재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과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관계다.

그동안 구글은 삼성전자에 안드로이드 라이선스를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생산해 애플 아이폰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을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바꿨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기어')와 스마트TV(SUHD TV)에는 자체 개발한 OS인 '타이젠'을 탑재하며 향후 안드로이드 지형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부상한 중국의 화웨이가 구글과의 관계 악화를 대비해 독자 OS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OS는 스칸디나비아에 위치한 화웨이 연구소에서 노키아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업은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스마트폰 분야에서 두 회사가 결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IoT 기기나 웨어러블 제품의 경우에는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을 반독점 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 제작까지 나선다면, 안드로이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EU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내세워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검색엔진과 크롬 웹브라우저 탑재를 강요했다며,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안드로이드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안드로이드오픈소스프로젝트(AOSP)'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AOSP의 안드로이드와 구글 라이선스 버전의 안드로이드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면서 "구글이 차세대 기기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AOSP에는 구글 애플리케이션의 소스코드를 감추고 업데이트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