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등규(68) 대보그룹 회장이 최근 2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경영복귀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대보그룹 경영구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 회장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곧 70대를 바라보는 최 회장의 징역형이 확정될 경우 대보그룹의 명확하지 않은 후계구도가 그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4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등규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에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었다. 추징금 9000만원은 원심과 동일하게 내려졌고, 심장수술과 치료 등을 이유로 내려진 보석 허가 역시 결정이 유지됐다.

최 회장은 상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200억원대의 횡령 혐의에 대해 실형 판결이 내려진 만큼 3심에서도 징역형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2심에서 "그룹 회장이 개개 계열사의 독립적 자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는 주식회사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라며 "2004년에도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는 최 회장의 징역이 확정돼 경영 복귀가 어려울 경우 대보그룹 후계 경영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보그룹은 장남인 최정훈(37)씨가 대보건설 부사장(영업총괄부장)을, 차남인 최재훈(36)씨가 대보정보통신 상무를 맡고 있다.

최정훈 대보건설 부사장.

최등규 회장의 장남인 최정훈 대보건설 부사장은 지난해 신규 브랜드인 '하우스디'를 출범시키면서 경영 최전선에 등장했다. 당시 업계는 "최등규 회장의 재판 후 후계자리를 위한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대보건설은 대보그룹의 주축이 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4940억원을 기록해 그룹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 부사장이 경영일선에 나선 것이 대보그룹 후계로서의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작 알짜회사의 지분은 최재훈 상무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최 상무가 갖게 될 역할이 형인 최정훈 부사장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정훈 부사장은 그룹내 회사 지분이 없지만, 최재훈 상무는 대보정보통신의 주식 20.14%를 소유하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의 시작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인데, 2002년 대보그룹이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인수하고 사업권을 보장받아 8년간 도로공사정보통신사업을 해왔다.

시장을 독점해오다 2009년 12월 공개경쟁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점유율이 78% 정도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도 1371억원으로 대보건설 25% 수준인 알짜기업이다. 최 이사는 지난해 4월 한국도로공사가 갖고 있던 대보정보통신의 주식을 취득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최등규 회장과 부인인 오수아(64)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대보건설의 최대주주는 대보실업으로 지분 83.21%를 가지고 있다. 이 대보실업의 최대주주는 대보유통(49%)이다. 대보유통의 지분은 최등규 회장(33%)과 부인인 오수아씨(32%), 오수아씨 언니인 오안숙씨(35%)가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정훈 부사장이 그룹 내 지분을 어떻게 승계받느냐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 부사장이 안정적으로 지분을 확보할 경우 형제간의 지분 정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보건설이 현재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두 형제간의 지분 싸움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최등규 회장이 앞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며 "적극적인 행보에서는 형인 최정훈 부사장이 돋보이지만 지분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라 후계구도가 어떻게 그려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