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나 린스가 다 떨어져 갈 때면 항상 고민이다. 아무리 남은 샴푸를 짜내려고 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용기를 거꾸로 뒤집어 보관하거나 물을 부어 희석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연구팀이 생활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는 이런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妙手)를 찾아냈다. 어떤 액체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쉽게 흘러나오는 용기를 개발한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은 "각종 액체를 담는 용기의 주재료인 플라스틱을 특수 처리해 액체가 잘 흐르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지A'에 실렸다.

특수 처리한 플라스틱에 떨어뜨린 샴푸가 바닥에 붙지 않고 물처럼 흘러내리는 모습.

물이나 수은은 용기 내부나 바닥에 붙지 않고 뭉쳐서 잘 굴러간다.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끼리 뭉쳐서 표면을 최대한 작게 하려는 성질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표면장력(表面張力)'이 크다고 한다. 연잎 위에서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크고 작은 공 형태로 뭉쳐서 굴러다니는 것이 바로 표면장력 덕분이다. 샴푸나 린스, 기름 등은 표면장력이 물보다 훨씬 낮다. 이런 액체가 고체 표면에 닿으면 액체끼리 뭉치는 것보다 고체 표면에 달라붙는 힘이 세진다. 이 때문에 용기를 뒤집어도 샴푸는 통 안쪽에 철썩 달라붙어 천천히 흘러내리고 일부는 끝까지 용기 속에 달라붙은 채 나오지 않는다.

연구팀은 용기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이 액체와 잘 달라붙지 않도록 만들었다. 우선 용기의 내부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표면 전체에 공기주머니가 골고루 퍼지게 했다. 이 공기주머니는 액체와 용기가 직접 맞닿지 않도록 해준다. 이어 불소를 이용해 공기주머니 사이사이에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카를 박아넣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용기에 샴푸나 린스, 기름 등을 담으니 액체가 용기에 달라붙지 않았다. 거꾸로 뒤집으면 마치 물을 담은 것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흘러나왔다.

연구팀 관계자는 "폴리프로필렌에 아주 간단한 공정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상용화도 어렵지 않다"면서 "다만 불소를 이용한 코팅이 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플라스틱 용기뿐 아니라 지문이 묻지 않는 스마트폰 화면, 먼지나 비로 오염되지 않는 자동차 도료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