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한때 가족 관계였던 SK텔레콤과 팬택이 서로를 지나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 KT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팬택은 1년7개월만에 내놓은 스마트폰 신제품 ‘스카이’의 공식 블로그에 SK텔레콤의 예약 판매 사실만 소개해 KT의 심기를 건드렸고, SK텔레콤은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공시지원금 규모를 공개해 KT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팬택은 29일 오전 8시쯤 스카이 공식 블로그에 게재됐던 ‘스카이 IM-100(아임백)’ 예약 판매 관련 게시물을 황급히 삭제했다. 스카이 아임백은 팬택이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이달 30일 출시하는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이다. 지난 24일부터 예약 가입을 받고 있다.

스카이 공식 블로그에 28일 오후에 올라갔다가 29일 오전 삭제된 SK텔레콤의 예약 판매 관련 게시물

해당 게시물은 하루 전날인 28일 오후 5시에 등록됐다. 스카이 아임백을 24일부터 29일까지 예약 판매한다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마치 SK텔레콤(017670)을 통해서만 제품을 출시하는 것처럼 홍보한 게 문제가 됐다.

이 게시물에는 ‘T월드다이렉트에서 먼저 만나는 스카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T월드다이렉트는 SK텔레콤의 공식 온라인몰이다. 글 내용 대부분도 스카이 아임백을 SK텔레콤에서 예약 구입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를 발견한 KT 측에서 팬택에 불만을 표시했고, 팬택은 서둘러 게시물을 삭제했다.

KT는 이번 스카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이미 한 차례 감정이 상한 상태였다. SK텔레콤이 지난 24일 “오늘부터 T월드다이렉트를 통해 스카이 아임백 예약가입을 받기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공시지원금 규모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시지원금은 예약 판매 기간에 공개되지 않고, 스마트폰이 실제로 출시되는 당일날 공개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이 일찍 확정돼 먼저 공개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례’에 따라 움직이던 KT(030200)는 SK텔레콤의 예상치 못한 공시지원금 공개에 당황해 이튿날 서둘러 공시지원금 규모를 공개했다. 두 회사 모두 스카이 아임백 구매자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33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33만원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서 허락하는 보조금 최대치다.

스카이 아임백을 전용 액세서리 스톤 위에 올려둔 모습

통신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KT가 뒤늦게 보조금 최대치 지원을 약속했지만 SK텔레콤이 한발 먼저 스카이 아임백 잠재 구매자들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한 것 같다”면서 “(블로그 게시물과 관련해) 팬택 입장에서도 한때 가족 관계였던 SK텔레콤에 좀 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2005년 SK텔레콤의 자회사였던 SK텔레텍을 3000억원에 인수했다. 지금도 팬택 내부에는 SK텔레텍 출신 직원들이 제법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이번에 출시하는 스카이는 SK텔레텍이 1998년 선보인 휴대폰 브랜드명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시되는 스카이 아임백은 하얀색과 검정색 색상으로 제작됐다. 2기가바이트(GB) 램과 퀄컴 스냅드래곤 430 응용프로세서(AP)가 탑재됐다. 배터리 용량은 3000밀리암페어아워(mAh), 후면 카메라는 1300만 화소다. 사용자는 기기 뒷면에 장착된 금색의 휠 키를 눌러 음악을 실행하거나 좌우로 돌려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제공되는 전용 액세서리 ‘스톤’은 블루투스 스피커 겸 무선충전기 역할을 한다. 침대 옆에 두고 무드 램프로 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