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케이블TV업계 3위 업체인 딜라이브(옛 씨앤앰) 대주단이 만장일치로 채무조정안에 합의해, 딜라이브와 딜라이브 대주주 모두 가까스로 부도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인수금융 대주단 21곳은 이날 간사은행인 신한은행에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등 대주주(GP)가 제시한 채무조정안에 합의한다고 통보했다. 채무조정안은 2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 금융 중 약 8000억원을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대출금은 금리를 깎은 뒤 만기를 3년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딜라이브는 2000년 1월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2016년 4월 사명을 현재의 딜라이브로 바꿨다.

◆ 국민연금 등 대주단 반대에 대주주 부도 위기 몰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는 지난 2007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국민유선투자방송(KCI)라는 이름의 특수 목적 법인을 세우고, 금융권으로부터 2조2000억원(딜라이브 자체 대출금 6330억원 포함)의 인수금융 대출을 받았다. KCI는 딜라이브 지분 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 산업의 위축세와 맞물리면서 KCI는 선뜻 구매자를 찾지 못했고, 인수 금융에 대한 만기(7월 말)가 다가오자 KCI 측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올해 초 만기 연장을 핵심으로 한 채무 조정안을 대주단에 제시했다.

이에 국민연금 등 대주단 중 일부 금융기관은 대주단이 채무조정안을 통과시키려면 대주주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등 대주주가 제시한 채무조정안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이 때문에 딜라이브는 한때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미 두 달여 전부터 이자를 내지 못해 기술적으로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였다. 신한은행 등 은행권의 압박에도 채무조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주단 전원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채무 연장이 불가능하다.

◆ 만기 한 달 앞두고 간신히 위기 모면

당초 대주단은 지난 달 말까지 채무조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국민연금 등 일부 금융기관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달 말까지 검토를 거듭해왔다. 이에 대주단 금융기관도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을 벌여,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딜라이브의 부도는 상업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며 기존 입장을 철회하기로 하자 상황이 급반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는 이날 대체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주단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채무조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사재 출연 등 대주주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딜라이브 채무조정안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국민연금이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등 대주단의 '벼랑 끝 전술'이 통한 셈이다.

충당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었던 은행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딜라이브에 대한 인수금융은 차입금은 신한은행(3750억원)이 가장 많고, 다음은 KEB하나은행(3665억원), 국민연금(3600억원), 한화생명보험(2800억원), 새마을금고(2000억원)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