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소나기를 뚫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대관령 고개에서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해발 1057미터 선자령에 도착했다. 이곳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 하늘목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대관령을 넘어가는 높새 바람은 어느덧 안개로 변했다. 그야말로 시계 제로였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불과 10미터를 앞서간 일행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동료 취재기자들이 하나둘씩 휴대폰을 꺼내 시험 통화를 시도했다. SK텔레콤과 KT를 이용 중인 사람들의 휴대폰은 터지지 않았고, LG유플러스를 이용 중인 휴대전화에만 신호가 잡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최근 대관령에 태양광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을 신설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24일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태양광 LTE 기지국 개통 현장으로 취재기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 '통신선 = 생명선'...산간 오지의 희망 '태양광 LTE 기지국'

선자령에서 언덕 하나를 더 넘자 LG유플러스가 대관령에 신설한 태양광 LTE 기지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지국은 6장의 태양광 패널과 통신 안테나로 구성돼 있어 비교적 단순한 모습이었다. 기지국 전체 면적은 크지 않았다. 취재진 4명이 기지국 안에 들어서자 공간이 꽉 찼다.

태양광 LTE 기지국은 태양광 발전으로 자체 전기를 생산하는 통신 시설로 광케이블이 연결돼 있지 않아도 무선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험준한 산악 지역, 외딴 섬에 구축하기에 적합하다.

LG유플러스는 태양광 LTE 기지국에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ESS(에너지 저장장치, Energy Storage System)에 저장해 사용한다. 기상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365일 기지국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지국에선 '무선 백홀 브릿지 중계기'를 사용해 광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도 끊김없는 LTE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일 국내 벤처기업 쏘우웨이브와 함께 무선 백홀 브릿지 중계기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무선 백홀 브릿지 중계기는 와이파이 비면허 대역을 활용해 유선의 LTE 코어망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기지국을 광케이블 대신 무선으로 연결하는 장비다.

그동안 오지 지역에 기지국 건설이 어려웠던 이유는 전력선과 광케이블선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태양광 LTE 기지국의 경우 별도의 전력선이나 광케이블선이 필요없다. 태양광 LTE 기지국 1개를 구축하는 데 약 3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날 기지국 설명을 맡은 최성준 LG유플러스 원주 기술팀 팀장은 "산 속 깊은 곳의 등산로나 인적 드문 외딴 섬에서도 끊김 없는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오지에서 조난 사고 등에 대처하는 데도 태양광 LTE 기지국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 중 응급 사고 등 각종 사고에 통신선은 생명선과도 다름없다. 조난을 당한 사람은 구조대와의 신속하게 통화할 수 있고 구조대는 기지국을 이용해 구조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대관령 태양광 LTE 기지국 개통 현장.

◆ 전자,화학, 통신 등 LG 그룹 기술의 총결정체

태양광 LTE 기지국은 LG그룹의 기술력이 집약된 결정체다. 태양광 기지국은 예전에도 시범적으로 운영된 적이 있었지만, 태양광 패널의 낮은 전력 효율과 짧은 배터리 수명 때문에 중단됐다.

최 팀장은 "LG유플러스가 가진 기지국 저전력 설계 기술과 국내 최고 효율인 19.2%를 기록한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기술, LG화학의 배터리 기술 등 관련 기술들이 총동원 됐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LTE 기지국을 구축하는 것도 간단한 편이다. 구축 기간은 한달 정도면 충분하다. 전력선과 광케이블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산간 오지에 설치된 기지국은 야생동물이나 자연 재해 등에 의해 전기나 통신 케이블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어 시설 유지에도 돈이 많이 든다. 태양광 LTE 기지국은 일반 기지국과 달리 전기료와 유선 케이블 유지 보수 비용이 들지 않아 기지국 운용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인⋅허가 까다로워

LG유플러스는 전기가 닿지 않는 대관령(강원 평창), 오서산(충남 보령), 계룡산(충남 계룡) 등 전국산간 오지 지역에 태양광 LTE 기지국을 개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태양광 LTE 기지국은 전국에 4개 뿐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내 산간 도서지역 20여 곳에 태양광 LTE 기지국을 추가로 개통한 뒤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4440개의 산과 3677개의 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구축해야 할 곳은 상당히 많은 셈이다.

태양광 LTE 기지국 구축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인허가다. 산간 오지에 기지국을 구축하기 위해선 산림청 등 10여곳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설치는 간단하지만 인허가 절차는 꽤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환경단체들은 기지국 구축이 산림을 훼손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태양광 LTE 기지국 확대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현행 인허가 절차를 따른다면 전국 산간 도서 지역에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