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24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증시가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1%) 떨어진 1925.24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2.36포인트(4.8%) 급락하며 647.16까지 밀렸다. 코스닥시장은 장 중 하락 폭이 커지면서 지난 2월 12일 이후 올해 들어 두번째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것)가 발령되기도 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24일 국내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전날보다 3.09%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 모습

일본 증시는 엔화 급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닛케이지수가 전날보다 7.9%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가 각각 4.3%, 2.3% 하락하는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영국의 EU 탈퇴로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계속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비해 신흥국 증시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로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영국계 자금이 한 달간 약 4600억원 순유출됐다”며 “브렉시트가 현실화 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게 돼 달러화와 엔화 등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게 된 점도 국내 증시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럽의 교역과 금융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고, 유로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추가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기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4%포인트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떨어지고 당분간 계속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EU 탈퇴로 안전자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국 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골드바

증시의 추가 조정 가능성이 커진 반면 금을 포함한 주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2년만에 1000엔대로 떨어지는 등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급등하기도 했다.

6월 들어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로 상승하다 최근 며칠간 조정을 받았던 금값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은 지난달 말 온스당 1212.69달러를 기록한 이후 23일에는 온스당 1262.1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분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할 것”이라며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 중반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