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중간금융지주사법 발의
野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고소득 임원 연봉 공개법 추진

금융시장 전반과 대기업 지배구조를 살피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 정무위에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처리되지 못한 쟁점 법안들이 다시 상정되고 있다.

강석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6일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근거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 법안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기업(비금융주력자)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는 '은산(銀産) 분리' 규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을 제외한 비금융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50% 이내)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무위 여당 간사를 지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관련법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 정무위에서 이미 논의됐던 법안이다. 여당 의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은산 분리 원칙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했다.

법안이 다시 발의되면서 20대 국회에서 여야 간 논쟁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으로 들어오는 둑이 무너진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은산 분리 규정은 국회 차원에서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며 "야당과 협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첫 회의.

여당은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거나 금융, 보험사의 자산 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기업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해 국내 대기업이 지배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김상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주도해 발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안을 의원 발의 형식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위가 관련 법안의 내용을 마련해 가져오면 의원들과 논의를 거쳐 대표 발의 의원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사태와 관련해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도록 하는 방안도 이번 정무위에서 논의될 계획이다. 김용태 의원은 대기업 해외계열사의 주주현황, 출자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조만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계열사는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 해당되지 않아 공시의무가 없다.

이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 간 이견이 없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 법안은 여야 의원 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20대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이진복 위원장은 지난 19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재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상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지만, '거래소 본사를 부산에 두도록 한다'고 명시한 규정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폐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대기업의 불법 행위와 방만한 경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 10% 이상인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총수 일가 지분 30%(비상장사의 경우 20%) 기업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김영환 전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최명길 더민주 의원은 공정거래법 중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해 누구나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이다. 당초 공정거래법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법 개정을 주도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조달청과 감사원, 중소기업청에 분산됐다. 이들 기관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해당 사건을 고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더민주는 법률 개정 효과가 미미해 법 조항에서 전속고발권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기업 임원 중 연봉 상위 5명의 개인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등기 임원이 아닌 경우에도 연봉이 높은 임원은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