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생명교육연구동. 20ℓ 수조에 상어알로 만든 먹이를 넣어주자 민물장어 새끼인 '렙토세팔루스' 10여마리가 달려들었다. 천장에 달린 유량(流量) 조절기가 1분 단위로 1ℓ의 물을 수조로 공급해 주고 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대중(51) 박사는 "20분마다 수조 물 전체를 갈아주는 셈"이라며 "하루에 한 번씩 수조도 아예 교체한다"고 말했다. 건물엔 이런 수조가 45개로, 총 2000여마리의 렙토세팔루스가 자란다.

이 렙토세팔루스는 지난달 8일 태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2세대 민물장어다. 2013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4463번, 9143번 장어가 이들의 어미다. 인공수정으로 만든 장어가 다시 어미가 돼 새끼를 낳는 것을 '완전 양식'이라고 하는데, 국립수산과학원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 세계 실뱀장어 시장 4조원대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미 2012년 인공 실뱀장어 생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렇게 태어나 자란 장어는 새끼를 낳지 못했다. 장어 양식 연구는 인공 부화→인공 실뱀장어 생산→완전 양식→대량 생산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번에 완전 양식 기술이 개발되면서 장어 대량 양식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부산시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생명교육연구동 내 뱀장어 연구실. 빛이 잘 안 들어오는 심해에 사는 민물장어의 생태를 감안해 파란색 조명을 설치했다.

민물장어의 원래 이름은 뱀장어다.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근처 200~300m 심해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강으로 올라와 살다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다. 우리가 먹는 민물장어는 '실뱀장어' 상태인 민물장어를 강에서 잡아 양식장에서 7~10개월간 키워 출하한 것이다. 양식장에서 새끼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불완전 양식'이다.

장어 양식 연구가 더딘 것은 심해에서 사는 민물장어의 생태 상당 부분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도 그동안 숱한 실패를 거듭했다. 작년에도 완전 양식에 도전했지만 어미 장어들이 모두 죽었다. 김대중 박사는 "바다에서 알을 낳는 장어의 특성을 고려해 열흘 정도 기간을 두고 민물에서 해수로 옮겼는데 적응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 같다"며 "올해는 3개월 동안 바닷물과 민물의 중간 상태에서 적응할 시간을 줬더니 무사히 새끼를 낳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량 양식으로 가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상어알에 비타민, 무기질 등을 섞어 먹이는데 대량 공급이 어려운 상어알을 대신할 먹이 문제도 해결하고, 성격이 예민한 장어가 대형 수조에서 안정적으로 자라게 하는 것도 숙제거리다.

2020년까지 대량 생산 기술 개발

정부가 장어 양식에 공들이는 이유는 규모가 상당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한 해 실뱀장어 수요는 200t. 돈으로 환산하면 4조원대다. 우리나라도 필요한 만큼 강에서 실뱀장어가 잡히질 않아 양식에 사용되는 양의 60~90%를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실뱀장어 가격은 1㎏당 2000만원이었다. 연간 국내에서 필요한 실뱀장어 20t을 양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40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이 민물장어 생산량의 80%를 공급하는 최대 생산국이고, 일본은 전체의 70%를 먹는 최대 소비국이다. 이번 기술 개발로 실뱀장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일 연구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2001년 인공 실뱀장어 생산, 2010년 완전 양식에 성공했지만 아직 대량 생산까지는 가지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도 인공 부화에만 성공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데 대만의 경우 최근 연구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2020년까지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