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연세대 교수 특별기고

최근 ‘브렉시트(Brexit)’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이탈이 거론되고 있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경제공동체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흔히 무역블록(trading block)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권역 내부로는 자유무역을 추구하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배타적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무역공동체다. 다른 하나는 서로 간 재정적인 부담을 함께하는 일종의 재정연합이다. 영국이 유로존(Euro zone)국가였다면 동일한 통화를 사용하는 통화동맹의 의미도 있겠지만, 독자 통화인 ‘파운드’를 사용하기에 통화동맹의 의미는 없고 무역공동체와 재정연합이라는 제한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브렉시트’의 문제는 무역공동체와 재정연합 측면에서 그 원인과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무역공동체로서의 유럽연합은 영국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그 대답은 ‘그렇다’.

무역블록에 관해서는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과의 제이콥 바이너(Jacob Viner) 교수가 1950년 제시한 ‘무역창출’(trade creation)과 ‘무역전환’(trade diversion) 개념으로 설명 가능하다. 무역블록 권역 내부에서는 자유무역을 통해 추가 무역이 가능해짐으로써 경제적으로 이익이지만, 권역 밖의 국가와 이루어지던 무역은 권역 내부의 비효율적인 국가와의 교역으로 대체될 수 있어서 손해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인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의 존재는 실증적으로 어느 효과가 큰 지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최근까지 여러 연구들은 유럽연합 내에서, 특히 영국은 무역창출 이익이 무역전환 손실보다 컸던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이탈하더라도(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현재와 유사한 무역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논의가 이탈을 주장하는 측에서도 나오는 것을 보면, ‘무역공동체’ 성격은 영국에게 전체적으로 이익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재정연합으로 유럽연합은 영국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그 대답은 ‘그렇지 않다’. 특히 재정위기 이후 유럽연합의 전반적인 재정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영국의 유럽연합에 대한 부담은 증가했다. 직접적인 분담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멤버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난민을 포함한 해외인력의 영국 유입은 복지 재정지출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 내에서 의사결정에 대해 영국이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일방적인 지원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은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무역공동체로서의 이익이 전체적으로 더 크다면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유럽연합에 잔류하는 것이 영국으로서는 낫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중요한 측면이 있는데, 유럽연합이 가진 무역공동체로서의 성격은 유럽연합이 아니어도 개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서 또는 공동의 무역협정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유럽연합이 필수조건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영국에게 브렉시트는 부정적이지만, 그것이 기존의 무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과정까지 단기적일 수 있다는 희망이 브렉시트의 가능성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것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부정적 충격의 원천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데 기여한 것 가운데 하나가 국제무역 감소인 것처럼, 유럽의 무역 축소 가능성은 실물경기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사전적으로 반영되며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데, 자유무역에 기초해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공동체는 구성원에게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특히 다른 국가에 대한 ‘정치적인’ 자원배분에까지 연결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하면 상호간에 얻을 수 있는 공동 이익마저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유럽연합이 무역공동체 성격을 넘어설수록 이탈과 분열 논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영국이 유럽연합에 잔류하더라도 유럽연합의 재정분담 구조에 대한 개혁 이슈는 꾸준하게 제기될 것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