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식당 경영주는 장사가 잘되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요?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식당을 넓히고 종업원을 더 고용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엔 번 돈으로 본인 또는 가족이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가는 등 소비하는 데 쓸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식회사가 번 돈은 어떻게 될까요? 원칙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에 이 돈은 주주들에게 귀속됩니다. 식당 사례에 비유한다면, 식당을 넓히는 의사 결정은 기업에선 재투자 또는 내부 유보(사내 유보)에 해당되고, 본인 또는 가족이 소비하는 의사 결정은 배당 또는 더 넓게는 주주 환원(payout)에 해당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주주 환원 늘어나

지난 몇 년간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환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작년분 현금 배당액은 2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과거 고도성장 시절엔 기업들이 번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보다는 대부분 재투자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 시절에는 재투자를 통해 회사가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주주들이 배당으로 받은 돈을 스스로 굴려서 벌 수 있는 돈보다 더 컸기 때문에 재투자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일부에선 '배당 잔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재투자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배당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주식회사의 기본은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이라는 점에서 배당 증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기업의 재무 정책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게 타당합니다. 실제로 미국 상장 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전체 이익 중 배당분은 50%에 육박합니다. 전기, 가스, 수도 등 전통적인 공익 산업(utilities)의 경우는 배당성향(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되는 비율)이 100%에 가까운 기업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에선 이미 설비가 다 구축돼 재투자를 통해 수익을 더 늘릴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회사가 버는 돈을 바로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입니다.

배당이 기업 가치 늘리는지는 논란

현금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이론적, 실증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우선 배당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이론을 개발한 학자들인 밀러(Miller)와 모딜리아니(Modigliani)는 배당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그 배당금액만큼 주가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배당 지급 여부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배당에 대한 세금이 주가가 올라서 얻는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보다 더 높다면, 배당이 주주 입장에서 불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구에 의하면 기업은 한 번 배당을 늘리면 이를 줄이기 어렵고, 따라서 향후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현금 흐름에 대해 충분히 자신감이 있을 때에 한해서 배당을 증가시킬 것이므로 배당 증가는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매킨지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4~2008년 매출 5억달러 이상 미국 기업 중 배당을 삭감한 기업은 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한편 배당에는 현금 배당뿐 아니라 주식 배당도 있습니다. 배당을 주식으로 주는 것인데요. 이 경우 실제로 주주에게 환원되는 효과는 없습니다. 주식 배당 후에 주주들이 보유하는 주식 수가 일부 증가하지만, 증가하는 주식 수에 따라 주가도 기계적으로 떨어져 양자의 곱인 시가총액은 원칙적으로 불변이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매입, 주주 환원 정책으로 각광

현금 배당이 전통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라면,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자사주 매입이 새로운 형태의 주주 환원 정책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자사주 취득은 회사가 이미 발행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작년 10월 1년 안에 100억달러(11조3000억원)어치 자사(自社)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기로 결정한 게 화제가 됐습니다.

예전엔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혹시 부당하게 주가를 조작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규제 당국이 이를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자사주 취득을 널리 인정하는 편입니다. 자사주 취득은 주식의 신규 발행과 정반대 효과를 지닙니다. 크게 세 가지 효과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사주 취득은 개념상으로는 기존에 발행된 주식을 없애는 것이므로 자기자본이 감소하여 부채비율(부채액을 자기자본액으로 나눈 것)이 증가하는 한편, 주식 수 감소로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게 됩니다. 둘째, 자사주는 공짜로 사들이는 게 아니고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하므로 기업으로부터 주식을 판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이 이전됩니다. 이 효과 때문에 자사주 취득을 주주 환원 정책의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셋째,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하니 기존 주주들의 지분비율이 증가합니다. 이처럼 자사주 취득은 주주 환원 효과와 아울러, 부채비율, 주당 순이익 및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주 환원 효과보다는 셋째 효과, 즉 기존 주주의 의결권 상승 효과에 주목해 자사주 취득을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현실서 주가 올리기도

과거에 일부 미국 투자은행에서는 자사주 취득에 따라 주당 순이익이 기계적으로 증가하므로 이를 통해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밀러와 모딜리아니의 연구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으로 부채비율이 올라가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도 올라가기 때문에 주당 순이익이 늘어난다고 해도 실제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제 자사주 취득 때 평균적으로 주가가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발견됩니다. 특히 공개 매수(tender offer)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는 10% 이상 큰 폭으로 주가가 상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가면서 경영진에 대한 주주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주주의 대리인인 경영진이 주주의 이해와 어긋나게 행동하는 문제)'가 완화되는 한편 회사가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함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이 예전보다 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