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관광 정책 경쟁력 강화 대책은 쇼핑 일변도의 싸구려 저가 관광상품과 한정된 볼거리, 불편한 교통·숙박 시설로는 일본·중국·대만 등과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974만명을 끌어들이며 한국과 격차를 650만명으로 벌렸다.
◇공유 민박업 도입, 고속버스 예약에 다국어 서비스 지원
이번 발표에서는 한국 관광의 약점으로 꼽혔던 서비스 인프라 부문에 대한 대책이 눈에 띈다.
우선 정부는 서울 도심 5대 궁 일대에 '관광버스 승하차장(Drop Zone)'을 지정하기로 했다. 고궁 주변의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 목표이지만, 향후 기존 관광버스 위주의 쇼핑 관광에서 서울 도심의 역사와 문화·음식·쇼핑 등이 연계된 도보 관광으로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서울시·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서울역 서부, 독립문공원 인근, 마포구 상암동 평화의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 주차장으로 관광버스를 분산시키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 5월 경복궁역 일대에는 주말 1900여대, 평일 1700여대의 관광버스가 몰려 심각한 교통 체증을 유발했다"며 "불법 주정차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고, 주요 관광지 등에 교통 유발 시설을 신축할 때 관광버스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 체증 유발 정도가 훨씬 심한 서울 시내 면세점 주변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또 '공유 민박업' 도입도 주목된다. 세계적으로 '에어비앤비'처럼 자기 집의 빈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숙박업법을 만들어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현행법상 숙박업 등록이나 신고 없이 주택을 유료로 숙박 서비스에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예약할 때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국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외국인들이 겪던 불편도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은 버스 이용 등이 워낙 불편해 지방 여행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1인 관광 통역사(가이드)가 여행업을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등록 기준이 완화되고, 태국어·인도네시아어 등 소수 언어 관광 통역 안내사 양성을 위한 무료 교육도 시행된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신고한 불편 사항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용 앱인 '애스크 미(Ask Me)'를 개발키로 했다.
◇코리아 둘레길 등 콘텐츠 강화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코리아 둘레길'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동해안의 해파랑길, 비무장지대(DMZ) 지역의 평화누리길, 해안누리길 등으로 전국을 연결하는 걷기 코스다. 전체 구간이 4500㎞에 달해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순례길(1500㎞)의 3배에 달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코리아 둘레길은 지역 주민과 역사·지리 전문가가 참여하고 전통 시장과 지역 관광 명소 등 이벤트와 연계돼 관광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류 문화를 기반으로 한 'K컬처 존' 등 관광 코스도 개발하기로 했다. 봄·가을에만 시행하던 '여행 주간'을 겨울에도 도입한다. 강정원 문체부 과장은 "K컬처 관광 상품의 기획부터 정보 제공, 방문지 연결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K문화관광센터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호텔과 여행사 등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컨설팅하는 관광 기업 종합 지원센터도 내년부터 시작한다. 문체부를 비롯해 기재부·교육부·미래부 등 관계 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체도 신설키로 했다.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광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향에 동의하지만 상당수가 기존 대책을 짜깁기하거나 일본의 관광 대책을 재포장한 수준"이라며 "예산과 인력 등 구체적 방안도 빨리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