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페이스북 일일 이용자수는 PC와 모바일 똑같이 1100만명입니다. 광고주 수는 글쎄요, 정확히 세보지 않았지만 1만 곳은 훨씬 넘을 겁니다. 앞으로는 동영상과 가상현실(VR)로 안부를 전하게 될 텐데, 한국이 페이스북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 역할을 톡톡히 할 겁니다.”

조용범(38)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 수를 처음 공개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PC 이용자 수와 모바일 이용자 수가 같다는 건 대단한 수치"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아직도 PC로 페이스북을 접속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한국이 페이스북의 테스트베드로 떠오른 배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와 인터뷰는 페이스북코리아가 위치한 서울 역삼동 캐피탈타워 23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가끔 기자간담회도 열리는 비교적 큰 회의실인데, 이름이 ‘closet(옷장)’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좁고 작은 첫 사무실을 두고 “Are you guys working in the closet?(옷장에서 일하는 거냐)”라고 농담한 것에서 유래했다. 조 대표는 “옷장에서 일한다는 표현이 워낙 재미있고, 저희 스스로도 초심을 잃지 말자고 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2010년 한국 법인을 열었다. 2012년 조 대표가 페이스북코리아에 합류했을 때 5명에 불과했던 직원수는 현재 60명으로 늘었다.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은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묵직한 목재 대문, 해커 정신과 자유를 연상시키는 그라피티(벽 낙서), 높고 탁 트인 벽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본사 사무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듯했다.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 페이스북에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7년 페이스북과 첫 인연을 맺었어요. 한국IBM 영업직원으로 근무하다 하버드대 경영석사과정(MBA)을 밟을 때였어요. 마크 저커버그와 친구들이 저한테 페이스북 동아시아 진출 전략에 대해 문의해 온 적이 있어요. (페이스북은 원래 하버드대 인맥정보 사이트로 출발했다.) 당시 페이스북 직원수는 150명 정도(현재는 1만3598명)였고 경쟁업체였던 마이스페이스보다 사용자수가 적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 페이스북에서 오라고 했는데,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로 갔습니다.”

― 그때 갔다면?

“어휴, 그럼 ‘대박’이었겠죠. 헬리콥터 타고 다녔을 것 같아요(웃음). 졸업했을 때 페이스북 직원수가 500명 정도였거든요. 페이스북은 외국인한테 비자를 내주는 법도 몰랐어요. 맥킨지컨설팅 실리콘밸리 지사에서 근무할 때 맥킨지 출신인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가 점심 먹으면서 “컨실팅업체에 있지 말고 (페이스북으로) 오라”고 했죠. 이번엔 바로 갔습니다.”

조용범 대표는 본사에서 전략 마케팅 팀장으로 1년 6개월 남짓 근무하다 2012년 8월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으로 한국에 왔다. 2013년 12월 페이스북은 그를 초대 지사장으로 임명했다.

“본사 전략마케팅팀은 광고주나 마케팅 담당자를 찾아가 왜 페이스북이 좋은 마케팅 플랫폼인지 설득하는 팀이었어요. 15명 정도가 한 팀이었죠. 지금은 페이스북 마케팅 상품에 대해 거부반응이 없는데, 당시만해도 일일이 설명해야 상대방이 겨우 이해하고 그랬어요. 한국에 왔을 때도 대표 자격은 아니었고, 영업 최전선에서 페이스북 이용자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어요.”

― 초기 5명이었던 한국사무소 직원이 이제 60명까지 늘었다.

“한국 지사는 작지만 강한 팀입니다. 영업을 주로 하는 광고팀, 세미나와 이벤트를 기획하는 마케팅팀, 각종 제휴를 담당하는 파트너십팀이 있어요. 파트너십팀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동영상 사업을 제휴하거나 삼성전자와 가상현실(VR)기기 '기어 VR' 사업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영어를 잘하는 한국계 미국인을 뽑을까, 아니면 영어는 잘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인을 뽑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페이스북코리아는 초기에만 영어 잘하는 분들이 일했어요. 그 이후 경험이 있고 평판과 네트워크(인맥) 좋은 분들을 많이 모셨어요. 특히 내부 추천을 많이 받아요. 그렇게 뽑으면 공동 책임이 돼 같이 열심히들 일하죠. 한국지사는 페이스북 여러 지사 중에서도 내부 추천 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지사입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 5월 서울 역삼동 사무실 이전 2주년을 기념해 ‘옷장에서 진짜사무실로(closet2realoffice)’ 행사를 열었다.페이스북코리아 직원들(위)과 기념물(아래)

― 한국 시장을 키운 남다른 전략이 있었나.

“중소 광고주를 열심히 개척했습니다. 페이스북코리아 초기에는 대기업에 집중했어요. 저는 삼성그룹을 담당했고 또다른 친구는 현대차그룹을 맡았어요. 삼성전자에서 ‘갤럭시’를 내놓으면 페이스북코리아의 매출이 확 늘어났다가 그런 이벤트가 없으면 매출이 뚝 떨어졌습니다.

사업 전략을 대기업이 아닌 소기업, 소상공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꿨습니다. 그건 한국지사의 독특한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코리아의 광고주는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1만 광고주가 넘을라나요.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이 소유한 사진 공유 서비스)’이 한국에 출시되고 인스타그램으로 제품을 알리고 싶은 수 많은 디자이너들도 광고주가 됐어요. 게임회사도 굉장히 중요한 광고주입니다.”

― 또다른 전략은.

“‘반발짝만 앞서 가자’였습니다. 미국에서도 데스크톱PC로 페이스북 광고할 때 한국에서는 페이스북 모바일로 광고하도록 했어요. 지금 다른 나라에서는 동영상 광고를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페이스북코리아는 동영상 광고주 발굴에 나섰습니다. 모바일로 할거면 무조건 페이스북으로 하게 만들자, 동영상으로 할거면 페이스북으로 하게 만들자,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초고속 무선 통신망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덕분입니다.”

― 보통 다국적 기업의 지사는 영업조직이고 분기마다 매출 때문에 큰 압박을 받는다.

"그렇죠. 그런데 페이스북은 성장하는 회사다 보니, 매출에 시달리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옳은 일(right thing)을 하자는 분위기도 있어요. 2년 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 직원들이 각 기업 광고담당자한테 광고를 중단하자고 전화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전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인데, '룰루랄라' 광고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매출은 떨어졌지만, 페이스북 본사에서도 옳은 일을 한 거라며 격려했어요."

― 한국 법인 매출 비중이 전 세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두 자릿수는 되나. (보통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 법인 매출은 1~5% 가량 된다)

“매출 비중은 밝히기 힘들어요. 당연히 두 자릿수가 안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한국은 인터넷 인구 대비 페이스북 이용자 수 비율이 일본과 함께 가장 낮은 국가 중 한 곳입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4월 열린 페이스북개발자대회 ‘F8 2016’에서 페이스북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2007년부터 직간접적으로 페이스북과 인연을 맺어왔다. 페이스북은 무엇이 남다른가.

“사명(使命)을 정말 중요하게 여깁니다. ‘세상을 더 개방하고 연결되게 하라(Make the world open and connected)'는 사명 말이죠. 회사에서 내리는 결정, 우리가 뽑는 사람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을 이 사명 하나로 설명할 수 있어요. 그렇다보니, 역량을 집중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

또 협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각 세우며 논쟁하는 사람을 보면, “쓸데 없는 논쟁으로 불편한 분위기 만들면 안된다”며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한테 직접 이야기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이 4번째 회사인데, 문화가 독특합니다.

제가 저커버그를 안 지 거의 10년 가까이 됐잖아요. 2007년 당시 그가 이야기했던 페이스북의 미래 모습이 지금과 너무 닮아서 사실 놀라워요. 당시에는 데스크톱PC로 접속해서 제 사진과 학교 정도만 있는 말그대로 ‘페이스북(facebook·얼굴사진첩)’이었거든요. 저커버그의 혜안과 실행력이 무서울 정도예요.”

― 페이스북만의 문화를 지켜나가는 사람이 결국 창업자인 저커버그인가.

“페이스북 직원 전부가 그렇습니다. 한국 사무실만 해도 20대부터 50대까지 근무하거든요. 한 40대분이 20대에게 습관처럼 반말을 했어요. 옆에 있는 분이 '그거 그렇게 하지 마세요. 우리 그런 분위기 아니에요’라고 말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어렵잖아요.

대기업에 다니다가 페이스북코리아에 합류하신 분이 있어요. 그 분은 “아무도 일을 안시켜요. 시키는 게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스스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해요. ‘차라리 일을 시켜 주지’라면서 회사를 나간 분도 있기는 합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페이스북 문화 차원에서도 용납이 안되는 게 시간을 소모하는 회의 문화입니다. 회의(meeting)는 뭔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만 모여요. 토론하기 위해 모이는 법이 없습니다. 미팅은 대부분 10~15분 짜리입니다. 회사가 빨리 움직이는 힘이 되죠.”

― 페이스북이 우선 순위로 꼽는 사업 3가지를 말한다면.

"첫 번째는 동영상입니다. 예전엔 문자로 소통하다 어느새 사진으로 소통하잖아요. 곧 동영상으로 소통하게 될 겁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요. 10대들은 동영상으로 안부를 전해요. 특히 한국이 빠릅니다. 페이스북은 한국을 가까운 미래 사회라고 봐요. 한국 네티즌들은 무엇을 좋아하나, 그걸 공부하자, 연구하자라는 분위기입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챗봇'입니다. 일반인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데요, 챗봇은 사람을 도와주는 도구로 진화할 겁니다. 가령, 시각장애인들은 페이스북을 사용하기 매우 어려운 데, 챗봇이 사진이나 동영상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을거예요.

세번째는 가상현실(VR)이지요. 오큘러스 회사를 2조원 주고 산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을 통한 3차원 소통이 곧 이뤄질 거로 봅니다.”

― 페이스북은 구글X와 같은 연구소가 없지 않나요? (구글 X는 구글의 무인자동차, 구글글래스 등 어려운 장기 과제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번에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 연구소 ‘빌딩8’을 설립하고 수장으로 지난 4월 구글에서 개발 책임자를 지낸 레지나 듀건(Regina E. Dugan)을 영입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인터넷 보급 프로젝트 '아퀼라(Aquila)' 계획을 발표했어요. 3년 내 아프리카 등 오지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하자는 것인데, 밖에서는 황당하게 보지만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듀건 전 구글 부사장은 구글 첨단기술프로젝트팀(ATAP)을 이끌며 모듈형 스마트폰, 3차원 지도 제작 기기 등을 개발했다. ‘프로젝트 탱고’, ‘프로젝트 재커드’ 등이 그가 지휘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그는 캘리포니아 공과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 고등연구기획청(DARPA)에서 일했다.)

― 페이스북은 8을 좋아한다. 연구소 이름도 ‘빌딩8’이고 페이스북이 주최하는 개발자콘퍼런스 이름도 ‘F8’이다.

“8을 눕히면 뫼비우스 띠가 됩니다. 무한대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자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8시간 내 제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페이스북이 주최한 해커톤에서 유래했어요.”

― 최근 유럽에서 구글을 비롯해 미국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저는 디테일(상세 내용)을 잘 몰라요. 페이스북은 어떤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니 ‘끼워팔기’ 그런 걸 하지도 않고요. 다만, 규모가 큰 인터넷 회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데에는 공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코리아는 한국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충실히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잊힐 권리’는 기술적으로 이미 구현해 놓았습니다. 개인이 올린 글도 삭제할 수 있고 남이 나를 태그(tag, 꼬리표를 달아 내 게시물로 뜨게 하는 기능)한 것도 한번에 삭제할 수 있어요. 누군가 고인이 됐을 때 그 분의 글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서도 고인의 뜻에 따르도록 해놓았어요.”

― 페이스북코리아의 향후 5년 계획은

“5년 계획까지는 없구요, 2년 내 계획을 말씀드리면, 우선 페이스북 스팸을 없애는 데 힘을 기울일 겁니다. 사용자 경험을 좋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새로운 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품을 어떻게 잘 사용하게 할까도 중요합니다.

또 한국이 얼마나 앞선 나라인지 페이스북 내부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동영상, VR, 증강현실(AR)을 한국에서 제대로 서비스하고 싶어요.”

-1978년 서울 출생
-1997년 동북고 졸업
-2002년 성균관대 영문학과 졸업
-2002~2007년 한국IBM 영업ㆍ신규사업 담당
-2007~2009년 하버드 MBA
-2008년 미국 아틀라스 벤처 벤처캐피털리스트
-2009년 맥킨지 실리콘밸리오피스 경영컨설팅 팀장
-2011년 페이스북 본사 글로벌 마케팅 전략팀장
-2012년 8월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
​​-2013년 12월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