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찾은 대만인 A씨는 강원도 동해시로 가는 고속버스를 인터넷으로 예매하려다 실패했다. 예매 홈페이지에 중국어나 영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한국인 친구에게 부탁해 표를 예매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 1400만명(2014년)을 돌파했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지나친 규제가 관광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국내 관광산업의 3대 문제점으로 '불편한 관광 환경' '견고한 입국 장벽' '부족한 관광 콘텐츠'를 꼽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개선을 건의했다.

영문 서비스가 없는 전국 고속버스 예매 사이트(Kobus)는 불편한 관광 환경의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최근 개별 관광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많은 '1인 관광통역사'에 대한 등록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려고 해도 사무실과 자본금 2억원을 갖춘 일반여행업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를 막는 규제도 많다. 국토의 64%가 산지(山地)인 한국에는 이탈리아 포지타노,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산지 경관과 어우러진 호텔을 만들고 싶어도 현행법상 경사도가 20~25도 이상이면 개발이 어렵다.

입국 장벽도 여전히 높다. 크루즈 관광객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무비자로 받아 1주일간 개인·단체 관광을 허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정된 중국 여행사가 모집한 관광객에 한해서 3일 단체관광만 가능하다

전경련은 심의 기준이 엄격해 문화재 주변 시설 투자가 어렵다는 점, 올림픽 정식 종목인 골프에 대해 중과세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프랑스·스페인 등 관광 대국은 인구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관광객으로 1억명 이상의 내수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