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친구 추가' 요청을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이용자는 김 위원장의 페이스북 계정 페이지 캡처 사진도 함께 올리며 "이리저리 둘러봐도 입력된 정보가 김정은이다"라고 적었다.

해당 계정에는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 찍은 사진 등이 올려져 있었고, 거주지는 평양, 출신학교는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적혀 있었다. 이 계정은 불특정 다수에게 친구요청을 보냈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사칭 계정이라고 신고해 하루 만에 차단됐다.

최근 유명인이나 연예인을 사칭한 '가짜 소셜미디어'가 범람하고 있다. 이들 사칭 계정들은 '댓글을 달면 상품을 준다'는 미끼 글을 올려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방식으로 친구 수를 늘린 뒤 일정 수준의 친구를 모으면 다른 이름으로 바꿔 활동하거나 종적을 감추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칭계정을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제재 방안이 없어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배우 천우희를 사칭한 페이스북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은 영화 '곡성'의 관람 티켓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속여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도록 유도했다. 천우희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부랴부랴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천우희는 페이스북 계정 및 페이지는 운영하지 않는다"며 "사칭 계정은 페이스북 측에 알려 신고했다"고 밝혔다.

천우희뿐만 아니라 방송인 유재석, 가수 루나, 하하, 정준하, 아이유,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을 사칭하는 SNS 계정이 이벤트를 연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유명인만이 사칭 계정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블로그나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자신의 사진들을 이용한 사칭 계정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같이 유명인으로 속이는 계정이 늘어나는 것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본인 확인 없이 누구나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메일만 인증하면 자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가입할 수 있다. 가입 후 이름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 유명인의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로 올리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사칭할 수 있다.

또 유명인 사칭 계정들이 생겨나는 것은 친구와 팔로워를 많이 모은 뒤 그 계정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명 연예인을 사칭에 계정을 만든 뒤 이벤트를 열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친구 수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그 계정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좋아요' 수가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와 계정은 실제로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다. '좋아요'가 많으면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노출도가 높아지므로, 이 계정을 통한 광고 단가도 높아진다. 팔로워 수 한명당 50~100원을 받고 자신의 계정을 광고 업자에 팔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칭 계정이 범람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페이스북의 '신고' 기능을 통해서 유명인을 사칭하는 계정에 대해 개인들이 조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측이 신고를 검토하고 계정을 정지하거나 삭제시키는 데까지 며칠이 걸려 피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또 피해자들이 자신이 입은 피해 사실을 정확하게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사기죄는 명예훼손과 사기 행위로 인한 피해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피해자가 사칭 계정 때문에 금품 손해를 입거나, 물리적 피해 또는 사기 등 2차 피해를 본 경우에만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사칭계정을 폐쇄할 수 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사칭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처벌한다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사칭 계정 피해에 대한 판례가 없는 이상 관련 법규를 제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소셜미디어 운영 업체들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이용자들도 검증되지 않은 계정은 멀리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