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감사의 책임을 회계법인 대표이사에게 물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다. 또 회계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해진 기준대로 회계품질을 유지하지 못한 회계법인을 외부에 공개키로 했다.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에 주기로 하고, 유한회사도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전부 개정키로 했다. 대규모 분식회계와 부실감사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2일 부실감사와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해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회계법인이 수익성만 따져 영업하다보니 감사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미흡하고, 기업도 회계투명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안을 포함한 '외감법 전부개정안'은 입법 절차를 거쳐 올해 9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 부실감사 반복 땐 회계법인 대표이사도 처벌

부실감사가 발생하면 회계법인 대표이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는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사 당시 철회권고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규개위는 대표이사에게 모든 부실감사의 책임을 묻는 것은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고 과잉 규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금융위는 고의로 부실감사를 하거나 중과실로 대규모 부실감사가 반복된다는 조건을 넣어 재심사를 청구했고, 이달 10일 열렸던 규개위에서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안이 통과됐다.

이석란 공정시장과장은 "회계법인간 저가수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적정한 감사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지 못해 부실감사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감사담당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봤다"고 말했다.

◆ 회계법인 독립성 높여주고 감사품질 책임의무도 강화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품질 관리 기준'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회계법인 경영진이 운영 책임을 다 했는지, 인적자원은 제대로 투입했는지, 업무 수행은 제대로 했는지 등 기준에 따라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관리 수준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이를 근간으로 미흡사항 개선권고를 내리고 만약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이를 외부에 공표하기로 했다. 이석란 과장은 "법령상 요구되는 감사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적정 인력과 시간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가수임과 부실감사 행위 등 억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회계법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도 여럿 포함했다. 일단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회사 경영진이 아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로 이관하도록 했다. 경영진과 외부감사인간의 유착고리 형성을 가로막기 위해서다.

회사가 부당하게 회계법인을 교체할 수 없도록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도 3년간 감사인을 유지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회계법인의 감사에 대한 회사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유한회사의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반영됐다. 다만 유한회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감사 내용을 공시하진 않기로 했다.

또 분식회계 회사에 대한 과징금 규정을 새로 신설했다. 지금까지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제는 외감법에 따라 '사업보고서 미제출 외감법인'의 분식회계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분식금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낼 수 있도록 했다. 최대금액은 20억원으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