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위험 자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을 상식처럼 듣는다. 위험 자산의 비중은 통상적으로 '100-나이'만큼으로 두어야 한다고 한다. 만일 20대 때 위험 자산을 60% 정도 보유하고 있었다면 50대에는 30%, 60대에는 20%가 된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에선 의외로 이 통념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고령화가 진전되면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주식 매도가 증가하여 주가가 급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직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령자들도 위험 자산 비중을 별로 줄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노후에 투자를 통해서 자산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왜 통념에 반하는 일이 일어날까? 우선 장수 시대가 되면서 자산 관리의 시간지평(time horizon)이 길어져 노후에도 장기 투자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전에는 노후에 10년 정도의 자산 관리 기간을 설정했는 데 반해 이제는 20~30년 정도로 길어졌다. 시간지평이 길어지면 투자 자산의 위험이 줄어든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에 따르면 주식을 1년 보유할 때 변동성으로 측정한 위험이 18%인데, 10년 보유하면 5%로 줄어든다고 한다. 위험이 이렇게 줄어들면 실제 투자 수익률은 대략 연 1.5%포인트가 높아진다.

공적연금이나 사적연금을 통해 노후에 확정적인 소득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인출해서 써야 한다는 유동성 제약이 줄어든 점도 한몫한다. 매월 일정 금액을 반드시 인출해야 한다면 투자 자산 운용의 위험이 커진다. 자산 가격이 전반 10년 동안 하락했다가 후반 10년 상승했다고 하자. 이 경우 전반 10년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 생활비도 인출해야 하므로 자산이 많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연금이라는 소득 흐름이 있는 경우 은퇴 자금이 소진될 위험은 작아진다.

장기 투자는 시간을 나의 우군으로 만들어서 수익을 만든다. 장수 사회는 길어진 수명으로 생활비가 많이 들기도 하지만, 길어진 투자 기간을 활용하는 자산 관리를 하게 되면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