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삼성과 한화, 현대차, 롯데 등 총 자산이 20조원 이상인 금융그룹은 통합 감독을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연내 이와 관련한 모범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회사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개별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면서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금융그룹은 통합감독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금융그룹 전체를 감독하게 되면 개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오너까지 아울러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9일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금융회사 중심의 감독 체계로는 이종업종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계열사간 돌려 막기 거래로 피해자를 많이 양산했던 동양 사태를 막지 못한 것도 이런 약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내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추후 입법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본사

◆ 금융산업 총 자산 42% 차지하는 7개 금융그룹 선정…내부통제 기준 수립

우리나라의 금융그룹은 총 4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 형태의 그룹 9개를 제외하면 모두 금융지주회사가 없는 금융그룹이거나 산업 자본 중심의 기업집단 계열이다.

금융당국은 이 중 총 자산이 20조원 이상이면서 최소 2개 업권의 금융회사 자산이 각각 5조원 이상인 대형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감독 대상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삼성과 한화, 현대차, 동부, 롯데, 미래에셋, 교보생명 등 7개 그룹이다.

7개 금융그룹은 금융산업 총 자산의 42%, 당기순이익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규제 방법은 금융계열사간 출자액을 차감한 뒤 금융그룹 전체의 적격자본이 금융업법상 필요자본 이상인지를 확인하고, 그룹 위험관리과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방식이 된다.

그룹 리스크관리협의회 등 리스크 관리 조직을 구성하도록 하고,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그룹 내 대표금융회사도 선정된다. 금융그룹 대표금융회사는 자본적정성과 위험 관리,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감독원 보고 및 공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7개 그룹 모두 우리나라 대표 그룹인 만큼 대표금융회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그룹 감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단은 감독 보충 목적으로 활용…추후 법제화 검토

금융당국은 처음에는 다소 느슨한 형태인 모범규준(행정지도)을 통해 금융그룹을 감독하다가 추후 법제화에 나설 예정이다. 현 금융규제 운영 규정상 행정지도가 최대 4년간 유지될 수 있는 만큼 당장 입법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나가면 저항이 거셀 것이란 게 당국의 판단"이라며 "일단은 현재 감독을 보충하는 형태로만 실시하다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시행 및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연내 모범규준을 확정할 예정인데, 모범규준 내용에 대해서는 업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감독 대상은 내년 상반기 중 최종 확정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