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高爐)가 지난달 12일부터 온도가 내려가는 이상 증세를 보이며 한 달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당진제철소에는 3개 고로가 있으며, 1고로는 2010년 가동하기 시작했다. 연 1200만t인 당진제철소 쇳물 생산 중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째 하루 평균 쇳물 생산량의 10% 안팎의 양만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로(용광로)는 석탄을 원료로 열을 가해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시설로 국내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만 갖고 있다. 고철을 전기열로 녹이는 전기로와 달리, 자동차 강판이나 선박용 후판 등 고급 철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철강 전문가들은 "포스코는 지난 48년 역사상 고로 이상으로 이 같은 대형 생산 차질을 빚은 일이 없다"며 "이번 고로 이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1고로 생산 차질 장기화
현대제철은 지난달 12일 1고로의 온도가 철광석이 녹는 온도인 섭씨 1500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내려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쇳물이 잘 녹지 않고 굳으면서 하루 쇳물 생산량이 평소(1만2000t)의 10%인 1000t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말에는 하루 쇳물 생산량이 100t에 못 미치는 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지난 한 달 동안 20만~30만t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로 이상이 장기화되자 현대제철은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쇳물을 녹이던 고로가 멈추면, 쇳덩이가 굳으면서 고로 전체를 철거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은 가동을 하면서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 압력이 불균형해지면서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지 않고 있는데, 내화(耐火) 벽돌의 기능 문제나 가스 흐름 불안정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인을 없애면서 해결해 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과도한 원가 절감과 부실 관리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명확한 원인은 알기 어렵지만, 내화 벽돌의 품질 문제에 따른 마모와 이물질 발생, 무리한 생산에 따른 고로 손상 등 다양한 원인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쇳물 생산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것. 현대제철 관계자는 "사람으로 치면 고로가 배탈이 난 것인데, 최근 하루 쇳물 생산량이 1500~2000t까지 회복됐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완전 회복을 목표로 보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로가 정상화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로가 멈춰지는 사태만은 피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강 업계 엎친 데 겹친 격…, 업황 회복 조짐에 찬물
현대제철의 생산 차질로 철강 업계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
우선 현대제철의 2분기 실적은 악화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올 1분기 영업이익도 25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한 상태다.
다른 업체도 영향을 받는다. 현대제철은 7월까지 도매용 철강 제품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고객사들에 통보한 상태다. 현대제철로부터 열연을 공급받는 강관 업체들은 6월 공급량에 대해서도 20%의 물량 축소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발 공급 과잉이 조금 해소되면서 철강 가격이 올라 업황이 그나마 회복 조짐을 보여왔다"며 "그러나 철강 제품의 가장 기초 재료가 되는 쇳물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철강을 가공하는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7월 중에는 생산 차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