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관리하는 중국보다 관리 느슨...지자체가 해당지역에 맞게 대응해야"

우리나라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허용치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용치, 즉 환경 기준은 관련 정책 수립과 경보 발령의 기준이 된다. 이 기준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엔 미세먼지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져 적절한 대책이 나오기 어렵고, 국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도권에만 관리가 집중돼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에 대한 미세먼지 대책도 직접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WHO, 미세먼지 하루 ‘50㎍/㎥’ 허용하지만 우리나라는 ‘100㎍/㎥’ 허용

자료=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보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세먼지오염 저감을 위한 대기관리법제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은 WHO 기준이나 유럽, 호주, 일본 등 선진국 기준에 비해 완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을 살펴보면, 미세먼지의 경우 24시간 평균치 기준 100㎍/㎥, 초미세먼지의 경우 50㎍/㎥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연간 평균치는 미세먼지가 50㎍/㎥, 초미세먼지가 25㎍/㎥을 넘어선 안된다.

그러나 WHO는 미세먼지 농도 허용 기준이 더 엄격하다. WHO는 24시간 평균치 기준으로 미세먼지가 50㎍/㎥, 초미세먼지가 25㎍/㎥을 넘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확히 절반 수준이다. 초미세먼지의 연간 평균치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WHO는 초미세먼지의 연간 평균치로 10㎍/㎥을 권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5배 높은 25㎍/㎥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준원 연구위원은 “환경기준이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적 수준이라는 말”이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미세먼지 오염에 강한 체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기준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약한 환경기준은 약한 관련 정책의 수립으로 연결된다”며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미세먼지 저감 정책들이 강력하게 수립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약한 미세먼지 환경기준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선진국들은 WHO 권고 수준과 비교적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독일, 영국, 유럽연합(EU)은 미세먼지의 24시간 평균치로 50㎍/㎥, 연간 평균치로 40㎍/㎥을 정해두고 있다. WHO 권고 수준과 비교하면 24시간 평균치는 같고 연간 평균치에서만 20㎍/㎥ 높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다.

사진=조선DB

◆ 中, 지역별 맞춤 대책으로 미세먼지 관리…“지자체장에 대책 수립 권한 부여해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별로 맞춤형 관리 대책을 수립해 미세먼지를 규제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도권 중심 관리대책만 있을 뿐 지역별 대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12월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수도권 지역에서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를 시행해 왔다.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환산화물 등 전체 대기오염물질의 총량을 정해두고 배출량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대책으로 서울, 인천, 경기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30㎍/㎥ 가량 낮아졌다. 서울은 2002년 76㎍/㎥에서 2014년 46㎍/㎥으로 줄었고 경기는 같은 기간 74㎍/㎥에서 2014년 54㎍/㎥로, 인천은 2006년 68㎍/㎥에서 2014년 49㎍/㎥로 감소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가 환경기준(50㎍/㎥)을 초과한 지역은 이 외에도 충북(52㎍/㎥), 강원(51㎍/㎥), 전북(51㎍/㎥) 등이 있다. 경북, 부산, 경남 등도 48~49㎍/㎥으로 환경기준에 거의 근접해 있다.

현 연구위원은 “현재 미세먼지 오염 상황이 상당한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제도적으로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특별대책지역 지정 등을 통해 수도권 외 지역에 대한 오염물질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량관리제를 비롯해 지역별 특성에 맞춘 관리 대책 또한 필요하다. 미세먼지 오염은 농도 외에도 포함된 성분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농도와 성분이 다른 미세먼지 오염문제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오염 수준이 심각해 집중 관리에 나선 중국을 보면,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해 둔 상태다.

먼저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베이징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를 2013년 700~800㎍/㎥에서 2017년까지 평균 60㎍/㎥ 수준까지 낮춘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다. 공업용 연료 및 건설자재사용, 자동차 배기가스 등을 베이징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관련 규정을 어길 경우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을 통해 집행효과를 높이고 있다.

톈진시는 대기환경질이 국가 2급 이상을 기록하는 날짜의 비율을 전체 85%까지 이르게 하겠다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국가 2급은 극소수 이상 민감군에게만 경미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통’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허베이성은 석탄과 자동차 배기가스가 허베이성 미세먼지의 직접적 원인이라며 석탄사용 제한, 노후 차량의 폐차 등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 외에 장쑤성, 사천성, 란줘시, 산둥성, 난징시도 지방정부가 직접 해당 지역의 대기오염 및 먼지오염 관리방안이나 행동계획 실시방안을 수립해 미세먼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 연구위원은 “미세먼지 오염문제가 상당한 지역은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별 관리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장에게 관리대책 수립 및 조치권한을 부여해야 효율적인 미세먼지 오염저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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